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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인 <삭주구성> –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애수

by soulbooks 2024. 10. 1.

 

 

서론

김소월은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특히 그의 시에서는 전통적인 민요적 리듬과 애상의 정서가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삭주구성>은 그리운 고향을 향한 시인의 애틋한 마음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시는 화자의 내면에 깃든 깊은 그리움과 미련을 '삭주 구성'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통해 표현하며, 자연과 지리적 거리감을 활용한 심리적 고립감과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물리적 거리의 심리적 상징성

<삭주구성>에서 시적 화자는 고향과의 물리적 거리감을 통해 심리적 고립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로 사흘, 배로 사흘’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시간적 여정의 표현이 아니다. 여기서 물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상징하며,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바다는 화자와 고향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장애물은 화자가 느끼는 고향과의 심리적 거리를 더욱 강조한다. 고향은 가까워지지 않으며, 오히려 자연과 시간, 공간 속에서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는 '사흘', '삼천리'와 같은 구체적 수치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화자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을 수치화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한다.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먼 삼천리'라는 구절은 심리적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문학적 기법을 사용한다. 즉, 김소월은 거리감을 구체적 숫자로 표현하여, 독자가 이 거리가 화자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체감하게 한다.

 

2. 자연물을 통한 상징적 의미의 확장

자연물은 <삭주구성>에서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젖은 제비는 단순한 새가 아니라, 화자의 분신으로서 고향을 향해 날아가지만 결국 비에 젖어 더 이상 날아가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제비는 원래 봄의 상징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는 새로 인식되지만, 여기서는 화자의 좌절과 현실적 한계를 나타낸다. 화자가 젖은 제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자신이 느끼는 고립감과 무력함을 제비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상징하며, 화자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산은 그저 하나의 자연적 요소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화자가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으로 작용한다. 이는 시적 구조 내에서 자연물이 단순한 배경 묘사를 넘어 화자의 심리적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소월은 이러한 자연물의 상징을 통해 화자가 느끼는 감정적 혼란과 그리움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3. 반복을 통한 시적 리듬과 민요적 율격의 활용

김소월의 시 <삭주구성>에서 반복적 구문은 시적 리듬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삼천리', '육천리', '가끔가끔'과 같은 표현의 반복은 민요적 율격을 형성하면서 독자에게 리듬감과 함께 화자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반복적 구조는 민요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으로, 감정의 고조와 정서적 몰입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멀고 먼 삭주 구성'이라는 반복 구문은 화자가 느끼는 고향에 대한 거리감과 그리움을 강조한다. 이 반복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시적 화자가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고향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며, 그리움이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상징한다. 김소월은 이러한 반복을 통해 시의 구조적 안정감과 리듬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화자의 심리적 고통을 강화하고 있다.

 

4. 꿈과 현실의 대비와 시적 아이러니

<삭주구성>에서는 꿈과 현실의 대비가 중요한 시적 장치로 사용된다. 화자는 꿈속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 이는 꿈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망과 현실에서의 좌절감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시 속에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꿈에서만 가까워질 수 있는 고향은 화자가 갈 수 없는 이상향이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장소로 남아 있다.

 

여기서 꿈과 현실의 대조는 화자가 느끼는 심리적 갈등을 극대화한다. 꿈속에서는 고향에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희망이 좌절된다. 이 대조는 화자가 느끼는 절망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며, 시의 애상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김소월은 이러한 꿈과 현실의 대조를 통해 인간이 느끼는 본질적 한계와 상실감을 형상화하고 있다.

 

결론

김소월의 <삭주구성>은 그리운 고향을 향한 시적 화자의 절망과 애상적 정서를 자연과 거리, 꿈을 통한 상징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 고립감과 결합되며, 자연물은 화자의 내면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또한 꿈과 현실의 대비를 통해 화자의 심리적 갈등과 그리움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며, 시적 리듬과 반복적 구조를 통해 독자에게 감정적 몰입을 유도한다. 이 시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며, 김소월 특유의 민요적 리듬과 향토적 정서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