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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고향> 분석: 성실함과 향토적 정서의 예찬

by soulbooks 2024. 8. 30.

 

서론 

곽재구 시인의 시 <고향>은 한국의 전통적 농촌 생활과 그 안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바깥양반’의 모습을 예찬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1980년대 한국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젊은 세대와 대조적으로, 고향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향토적 정서와 근본적인 삶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시인은 민요조의 어조와 생동감 있는 표현을 통해 고향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바깥양반’이라는 인물의 성실함과 넉넉한 마음씨를 예찬적으로 묘사한다. 본고에서는 곽재구의 시 <고향>을 통해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문학적 기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1. 향토적 시어와 고향의 이미지 형상화

곽재구의 <고향>은 다양한 향토적 시어를 사용하여 고향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감나무골 오막돌 집’, ‘깜장 구들’, ‘콩대’, ‘쇠죽’, ‘생솔 부지깽이’, ‘함지박’ 등 토속적 시어를 사용하여 고향에 남아 성실하게 살아가는 ‘바깥양반’의 삶을 정감 있게 그려낸다. 이러한 표현은 시적 대상인 ‘바깥양반’이 고향의 뿌리를 지키며 사는 모습과 연결되며, 그의 성실함과 넉넉한 마음씨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에서는 ‘대학 나온 광주 양반’, ‘유학 마친 서울 양반’과 같은 도시적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이는 고향을 떠난 이들의 삶과 ‘바깥양반’의 삶을 대비시켜 고향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부각시킨다. 시인은 도시로 향한 사람들과 달리, 바깥양반은 고향의 가치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으로 묘사하며, 고향의 이미지를 형상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고향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특히, 시인은 고향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심상을 활용한다. ‘흐린 새벽’, ‘등불 켜고’, ‘깜장 구들’과 같은 시각적 심상은 고향의 고즈넉한 새벽 풍경을 그려내며, ‘쓱싹쓱싹’, ‘쪼륵쪼륵’과 같은 청각적 심상은 바깥양반이 일을 하는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심상들은 고향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여 독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시적 분위기를 향토적으로 만들어준다.

2. 반복과 음성상징어의 활용: 시적 리듬과 생동감

<고향>에서는 다양한 음성상징어와 반복법이 사용되어 시적 리듬을 형성하고 생동감을 부여한다. 시인은 ‘쓱싹쓱싹’ 쌀 씻는 소리, ‘쪼륵쪼륵’ 양은 냄비에 뜨물 받는 소리 등을 통해 바깥양반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며, 이러한 표현은 시에 리듬감을 더해준다. 특히, ‘에헤라’와 같은 여흥구는 민요의 후렴구처럼 삽입되어 작품의 운율을 형성하며, 노동요와 같은 흥겨움을 시에 부여한다.

 

음성상징어는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쓱싹쓱싹’과 ‘쪼륵쪼륵’은 단순히 소리를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바깥양반의 성실한 일상과 연결되며, 그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이러한 음성상징어는 시적 화자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바깥양반의 삶을 눈앞에 그려보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시인은 반복법을 통해 바깥양반의 성실함을 강조한다. ‘선머슴 십 년 착한 바깥양반’이라는 구절을 반복함으로써 그의 성실한 삶에 대한 화자의 예찬적 태도를 드러낸다. 10행과 11행의 ‘에헤라 나는 보지 못했네 / 에헤라 나는 듣지 못했네’라는 구절은 19행과 20행에서 변형된 형태로 반복되며, 이는 바깥양반의 성실함과 고지식한 면모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그의 성실한 태도가 도시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다.

3. 시적 화자의 관점과 예찬적 태도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바깥양반을 긍정적이고 예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적 화자는 바깥양반이 고향에 남아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의 성실함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칭찬한다. 이러한 화자의 시각은 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예찬적으로 만들며, 독자들에게 바깥양반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시적 화자는 특히 바깥양반의 성실한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 도시적 가치와 대비시키고 있다. ‘에헤라 나는 보지 못했네 / 에헤라 나는 듣지 못했네’라는 반복적 표현은 바깥양반의 삶이 도시적 성공과는 다른, 그러나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한다. 이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예찬하는 시인의 의도를 반영한다.

 

화자는 바깥양반을 단순히 고향에 남아 있는 사람으로 그치지 않고, 고향을 지키는 존재로서, 더 나아가 삶의 본질을 지키는 존재로 그려낸다. 그는 바깥양반을 통해 고향과 전통, 그리고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예찬적 태도는 시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며, 독자들에게 고향의 가치와 성실한 삶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결론

곽재구의 <고향>은 고향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바깥양반’의 모습을 통해 향토적 정서와 근본적인 삶의 가치를 예찬하는 시이다. 시인은 다양한 향토적 시어와 음성상징어를 통해 고향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형상화하며, 민요조의 어조와 반복법을 통해 시에 리듬감과 생동감을 부여한다. 또한, 시적 화자의 예찬적 태도는 바깥양반의 성실함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고향의 가치를 상기시키고, 성실한 삶이 지닌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이 시는 1980년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고향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고향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삶을 예찬하는 이 작품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