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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시인의 <수선화>: 자기애와 의지의 상징

by soulbooks 2024. 9. 11.

서론

김동명 시인의 <수선화>는 자연물인 수선화를 통해 강인한 의지와 고독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이다. 이 작품은 김동진의 작곡으로 가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시의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실제 수선화의 이미지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키소스(Narcissus)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수선화를 단순한 꽃의 이미지를 넘어 자기애와 고독을 상징하는 존재로 형상화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고독과 강한 의지를 탐구한다. 이 글에서는 <수선화>의 상징적 의미와 시적 기법을 중심으로, 시인이 전달하고자 한 주제 의식과 감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1.  수선화의 상징성과 나르키소스의 이미지

<수선화>에서 수선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나르키소스의 신화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상징적 존재로 그려진다. 시의 첫 연에서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 끝없는 고독 위를 날으는"이라는 구절은 수선화를 '차디찬 의지'와 '끝없는 고독'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수선화가 단순히 예쁘고 연약한 꽃이 아닌, 강인한 의지와 고독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여기서 '차디찬 의지의 날개'는 수선화의 강인함과 냉정함을 부각하며, 고독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존재로 형상화된다.

 

이러한 수선화의 이미지는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모습에 반해 연못 속으로 빠져 죽고, 그 자리에서 수선화가 피어났다. 이 신화를 기반으로 수선화는 자기애와 자기중심적 고독의 상징이 된다. 김동명은 이러한 수선화의 상징성을 시 속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이라는 구절로 표현하며, 고독과 상실을 반복하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드러낸다. 이는 나르키소스의 자기애가 반복되는 고독과 상실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는 수선화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결국, <수선화>에서 시적 화자가 그리는 수선화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나르키소스의 신화적 이야기를 통해 강한 자기애와 고독을 상징하는 존재로 재해석된다. 이는 시가 단순히 자연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고독한 아름다움과 강인한 의지의 표현

<수선화>의 두 번째 연과 세 번째 연에서는 수선화의 고독한 아름다움과 강인한 의지가 강조된다. "부칠 곳 없는 정열을 / 가슴 깊이 감추고"라는 구절은 수선화가 지닌 내면의 고독과 감추어진 열정을 표현한다. 여기서 '부칠 곳 없는 정열'은 수선화가 외부로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과 열망을 상징하며, 이는 고독한 존재로서의 수선화가 지닌 깊은 슬픔과 애달픔을 암시한다.

 

이와 함께 "찬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라는 구절은 수선화가 외부의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는 수선화가 단순히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한 의지를 지닌 존재임을 나타낸다. 시인은 이러한 수선화의 모습을 통해, 고독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결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이라는 구절은 수선화가 지닌 고귀한 아름다움과 영원성을 부각한다. '신의 창작집'은 수선화가 신적인 존재에 의해 창조된 특별한 존재임을 암시하며, '불멸의 소곡'은 수선화의 존재가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될 가치가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수선화가 고독과 고난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영원히 피어날 수 있는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인간의 강한 의지와 고귀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3.  화자의 수선화에 대한 예찬과 닮고자 하는 의지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수선화에 대한 화자의 예찬과 그 닮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아, 내 사랑 수선화야! / 나도 그대를 따라서 눈길을 걸으리"라는 구절에서 화자는 수선화를 '내 사랑'으로 부르며, 그 강한 의지와 고독한 아름다움을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눈길을 걸으리'라는 구절은 수선화의 고독과 강인함을 따라 자신도 시련의 길을 걷겠다는 결의를 나타낸다. 이는 수선화의 삶의 방식을 자신에게 투영하여, 시련과 고독을 이겨내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대목에서 화자는 수선화를 단순히 예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고독과 강인한 의지를 자신의 삶 속에 내재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나 / 수선화 불멸의 소곡"이라는 구절은 수선화를 자신의 애인으로 비유하면서, 수선화가 가진 고결함과 불멸의 가치를 사랑하고 동경하는 화자의 마음을 나타낸다. 이는 수선화가 지닌 강한 생명력과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찬사를 담고 있으며, 화자가 그 삶의 방식을 따르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결국, 김동명의 <수선화>는 화자가 수선화를 통해 고독 속에서 강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의지를 탐구하고, 그 의지와 고귀한 아름다움을 자신도 닮고자 하는 열망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수선화는 고독과 의지의 상징으로서, 화자에게는 삶의 지표가 되고, 독자에게는 인간의 본질적 고독과 의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그려진다.

결론

김동명 시인의 <수선화>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가 아니라, 나르키소스의 신화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독과 자기애, 그리고 강인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수선화를 통해 고독 속에서도 당당히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며,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민을 탐구한다. 수선화는 단순히 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은 의지와 고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상징적 존재로 그려진다. <수선화>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고독과 강인한 의지를 탐구하며, 독자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