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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눈이 내리느니>: 북국에서의 유랑과 민족의 비애

by soulbooks 2024. 9. 12.

서론

김동환 시인의 <눈이 내리느니>는 추운 북국의 황량한 풍경 속에서 우리 민족이 겪는 고난과 애환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이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운명을 눈 내리는 북국의 겨울 풍경과 연결하여 시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이 시는 민족적 상실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이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진솔하게 그려내며, 민족적 감정을 깊이 담아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눈이 내리느니>에서 드러나는 상징적 의미와 시적 기법을 중심으로, 시인이 전달하고자 한 민족의 애환과 비애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1.  북국의 정서를 자아내는 시어와 상징적 이미지

<눈이 내리느니>에서 시인은 북국의 정서를 자아내기 위해 강렬한 시어와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 "막북강", "북랑성", "북새"와 같은 시어들은 모두 북국의 춥고 삭막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막북강'은 북방의 강이라는 의미로, 춥고 험난한 자연환경을 연상시키며, '북랑성'과 '북새' 역시 고통스러운 북국의 기후와 환경을 상징한다. 이러한 시어들은 추운 북국에서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우리 민족의 비애를 강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시인은 "흰 눈이 내리느니"와 같은 표현을 반복하며, 북국의 눈 내리는 풍경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흰 눈'은 일반적으로 순수함과 평화의 상징이지만, 이 시에서는 낯설고 차가운 북국의 현실을 상징한다. 눈은 끝없이 내려 쌓이며 유민들의 고통을 더하고, 그들의 삶을 더욱 고립시키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고향을 떠나 이주한 민족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강조하며, 현실의 비극적 상황을 더욱 부각한다.

시인은 이러한 북국의 정서를 통해, 우리 민족이 겪는 유랑의 고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다. "눈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라는 구절은 차가운 북국에서 따뜻한 남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며, 이주민들이 느끼는 이질감과 고통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와 같은 시어와 상징적 이미지는 시 전체에 걸쳐 북국의 정서를 강조하며, 민족적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2.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절망의 표현

<눈이 내리느니>는 이국에서의 고난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유민들의 절망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시의 제3연에서는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라는 구절을 통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그리움 속에서 오는 절망을 절실하게 표현한다.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은 따뜻한 봄의 고향을 상징하며, 유민들이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는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눈 발귀에 실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는 불가능한 소망을 품은 이주민들의 절망적인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이라는 구절에서는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제비를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유민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제비는 봄과 따뜻한 남쪽을 상징하며, 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들이 겪는 비애를 한층 더 강렬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이러한 그리움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기에 더욱 애달프고 절망적이다. 시인은 이러한 절망감을 통해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유랑하는 민족의 비극적인 운명을 깊이 있게 형상화한다.

 

시의 마지막 연에서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라는 반어적 표현은 북국의 추운 겨울이 그들의 운명을 더욱 가혹하게 만든다는 것을 암시한다. 함박눈은 일반적으로 포근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지만, 이 시에서는 민족의 비애를 더욱 강조하는 반어적 장치로 사용된다. 눈은 끝없이 내리며 이주민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고, 그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절망을 더욱 깊게 만든다.

3.  민족적 비애와 이국에서의 고달픈 삶

시인은 <눈이 내리느니>에서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살아가는 민족의 비애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서로 부둥켜안고 적성을 손가락질하며 얼음 벌에서 춤추니"라는 구절은 추운 북국의 얼음벌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춤을 추는 유민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환희의 춤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위안하는 통곡의 춤으로 해석된다. 이는 그들이 겪는 고난과 비애를 더욱 실감나게 전달하며, 이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들리느니"라는 구절은 유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밀수입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나타낸다. 이는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민들은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밀수입을 하며 고달픈 삶을 이어가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힘겹고 암담하다. 시인은 이러한 유랑민들의 삶을 통해 민족의 수난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북새로 가는 이사꾼 짐짝 위로 내리는 함박눈"이라는 구절은 이주민들이 북새로 떠나는 길 위에서도 끝없이 내리는 눈을 묘사한다. 이는 그들이 겪는 고난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상징하며,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민족의 애환과 고통을 더욱 강조한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북국에서의 유랑과 민족의 비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론

김동환 시인의 <눈이 내리느니>는 추운 북국에서 유랑하며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비애와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눈 내리는 북국의 풍경과 이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국권을 상실한 민족의 비극적인 운명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시는 이국에서의 고난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민족적 감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눈이 내리느니>는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비애와 슬픔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