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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시인의 <검차원>: 묵묵한 소명의식과 사물의 본성을 일깨움

by soulbooks 2024. 9. 12.

서론

김명수 시인의 <검차원>은 어두운 밤, 고요한 철도역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검차원의 모습을 통해 소명의식과 사물의 본성에 대한 깊은 인식을 담아낸 작품이다. 검차원은 디젤 엔진과 석탄차의 소음 속에서도 침착하게 망치를 들어 차바퀴를 두드리며 화차를 점검한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철도를 점검하는 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명수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감각적 심상을 통해 검차원의 고독한 모습과 그의 소명의식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며, 이를 통해 사물의 본성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 글에서는 <검차원>에서 드러나는 시적 주제와 상징적 의미, 그리고 시적 기법을 중심으로 시인의 의도를 분석하고자 한다.

1.  칠흑 같은 밤과 고독한 검차원의 소명의식

<검차원>의 첫 연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구절은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정하며, 고립되고 어두운 환경 속에서 검차원의 존재가 부각되게 만든다. "화차들이 정거한 역구내 선로 사이로 / 높은 검차원 하나"라는 표현은 수많은 화차 사이에 홀로 서 있는 검차원의 고독함을 드러낸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임무에만 집중하며 망치를 들고 차바퀴를 두드린다. 이러한 행위는 그의 일에 대한 깊은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나타낸다.

 

검차원은 화차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을 수행하면서도, 단순히 기계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본질을 깨닫고 있다. "디젤 엔진의 고동은 꿈처럼 울리고 / 석탄차의 고요함은 밤중의 고요를 지켜보는데"라는 구절은 검차원이 맡은 작업의 무게와 책임을 느끼게 한다. 디젤 엔진의 고동은 일상의 소음 속에서 존재하는 고독을 상징하고, 그 속에서 검차원의 소명의식은 더욱 부각된다. 이는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검차원의 모습과 그가 느끼는 내적 고독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검차원의 소명의식은 그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반짝거리는 것은 다만 그 사람의 간데라 불빛 하나"라는 표현은 검차원이 간데라 불빛 아래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간데라 불빛은 그의 존재와 소명의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그의 고독한 모습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검차원의 모습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일깨운다.

2.  사물의 본성과 깊은 인식

<검차원>에서 검차원이 수행하는 행위는 단순히 화차를 점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물의 본성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인식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천 길 땅속에 잠자던 쇠붙이의 원음"이라는 구절은 사물의 본질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깨닫는 순간을 표현한다. 검차원은 차바퀴를 두드리며 쇠붙이가 지닌 본성을 일깨운다. '천 길 땅속에 잠자던 쇠붙이'는 오랜 시간 동안 묻혀 있던 사물의 본질과 역사를 상징하며, 이를 깨우는 검차원의 행위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검차원이 망치를 들어 차바퀴를 두드릴 때 "자거운 금속성의 망치소리가 / 탱하고 차륜을 울려"라는 구절은 그의 행위가 사물의 본성을 일깨우는 소리로서 울려 퍼지는 순간을 묘사한다. 이 소리는 철로를 따라 멀리 대륙을 횡단하며, 검차원의 소명의식과 그의 역할이 철도를 넘어 넓은 세상으로 퍼져 나감을 암시한다. 검차원은 단순히 기계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내면에 숨겨진 본질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시적 장치는 그의 작업이 세상의 일부분을 깊이 이해하고 깨닫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검차원의 소명의식은 "낡아빠진 수차보에 적어 넣는다"는 구절에서 잘 드러난다. 수차보는 철도의 유지와 보수를 기록하는 장소로, 검차원은 자신의 작업을 이곳에 적어 넣으며 세상의 일부분을 기록한다. 이는 검차원이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행위는 사물의 본성을 깨우고, 그 속에 담긴 진리를 기록하는 일종의 사명임을 시사한다.

3.  고단한 삶의 상징적 이미지와 소명의식의 반향

<검차원>에서 검차원의 행위와 그의 소명의식은 "소중한 진리의 기록"으로 상징된다. 검차원은 "낡아빠진 수차보에 적어 넣는다"는 행위를 통해, 형식적으로는 무가치해 보일 수 있는 자신의 작업에 깊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검차원이 철도를 점검하고 유지하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물의 본성과 진리를 기록하는 중요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그의 행위는 세상의 일부분을 깨우고 기록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또한, "유개차에 숨죽인 쥐 한 마리 / 홀로 눈 떠 인기척을 넘보고"라는 구절은 검차원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고요한 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유개차에 숨죽인 쥐'는 철도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작은 생명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독을 상징하며, 검차원의 존재는 그 속에서 고요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검차원의 고독한 삶과 그의 소명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서 검차원이 수행하는 일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검차원은 사물의 본성과 진리를 깨우고 기록하는 작업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기계적인 행위가 아니라, 사물과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담은 묵묵한 소명의식의 반향이다.

결론

김명수 시인의 <검차원>은 검차원의 묵묵한 소명의식과 사물의 본성을 깨우는 행위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감각적 심상을 통해 검차원의 고독한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며, 이를 통해 그의 소명의식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검차원>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존재와 사물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