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일상의 고단한 삶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끝없는 책임과 의무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부담감이 우리를 짓누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김사인 시인의 시 "중과부적"은 이러한 소시민의 겪는 일상의 고단함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중과부적"이라는 시를 통해 나타나는 주제와 문학적 기법, 그리고 시가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중과부적"이 담고 있는 의미
김사인 시의 중심에는 "중과부적"이라는 제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적은 수로는 많은 수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으로, 시에서 묘사된 주인공이 직면한 압도적인 도전들을 상징합니다. 즉, 시적화자는 중년으로 보이는데,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지만, 끝없는 재정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의 첫 부분에서 화자가 '조카'를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자식이 아니라 형제의 자녀 학비를 도와주고, 그것을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몇 푼" 거들었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러고 나니 자기 자식의 학비가 빠듯하다는 것에서 시적화자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피할 수 없는 학비, 자동차세, 병원비 등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경제적 의무들을 나열합니다.
이러한 부담들은 사회가 개인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들을 나타내며, 그 반복은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강조합니다. 특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예를 들어 "학비", "등록금", "자동차세" 등의 사용은 시적 화자의 현실적인 고통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시가 진행되면서 화자의 상황은 점점 더 절망적으로 변합니다. "중과부적"이라는 표현은 화자가 느끼는 무력감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쌓여가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상징하며, 이러한 무력감은 시의 행간걸침 기법을 통해 더욱 강조됩니다. 이 기법은 독자가 시적 화자의 고난을 더 깊이 느끼도록 만듭니다.
3. 시에서 일상 언어의 역할
"중과부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김사인 시인이 일상 언어를 사용하여 화자의 고난을 전달했다는 점입니다. 시인은 추상적이거나 서정적인 언어 대신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여 현실적인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 선택은 시를 현실에 기반한 작품으로 만들며, 독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함으로써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학비", "통신 요금", "은행카드 대출 할부금"과 같은 단어들은 모두 독자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입니다.
김사인 시인은 이 단어들을 사용해 시에 긴박감과 현실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 언어의 사용은 시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며, 독자와 화자 사이의 연결 고리를 강화시킵니다. 또한, 이러한 언어 사용은 화자의 무력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제적 부담들은 마치 화자가 빚과 책임의 바다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일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문제들은 더욱 현실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다가오며, 독자는 화자의 절망감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삶이 버거운 독자로 하여금 이것이 자신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게 합니다.
4. 행간걸침 기법을 통한 화자의 고난 표현
"중과부적"에서 또 하나 중요한 문학적 기법은 바로 행간 걸침입니다. 이 기법은 시의 각 행을 끊어내어 독자가 화자의 고난을 깊이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김사인 시인은 첫 연에서 이러한 기법을 탁월하게 사용하여, 화자가 직면한 재정적 의무들을 연속적으로 나열합니다. 예를 들어, 3행에서 5행까지의 내용인 "막자 /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라는 구절은 행간 걸침을 통해 독자가 화자가 직면한 각 새로운 부담에 대해 멈추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자연스러운 끊어읽기를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독자가 무심코 넘어갈 수 없게 만들고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의 긴장감을 높이며, 독자가 작품의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행간 걸침은 또한 시에서 묘사된 사건들의 누적적 성격을 강조하는 데 기여합니다. 독자는 시를 읽으면서 화자가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끊임없이 쌓여가는 것을 느끼게 되며, 그 결과 시의 주제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5. 결론
김사인 시인의 "중과부적"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무력감을 생생하게 묘사한 시입니다. 일상 언어와 행간걸침 기법을 통해 화자가 직면한 문제들이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며, 이로 인해 독자는 화자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중과부적"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이 시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혼자서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김사인 시인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현대 사회의 고단한 삶을 성찰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