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김억 시인의 <오다 가다>는 잠시 스쳐 간 인연을 잊지 못하는 화자의 마음을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조화롭게 그려낸 서정시이다. 이 시는 주로 그리움을 애상적으로 표현하는 전통적인 서정시와는 달리, 경쾌한 운율과 밝은 분위기를 통해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잠시 스쳐 간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밝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형상화하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단지 슬픔이나 아쉬움만이 아닌,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감정임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는 <오다 가다>에서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와 화자의 정서, 그리고 시적 기법을 중심으로 시인의 의도를 분석하고자 한다.
1. '오다 가다' 만난 인연에 대한 그리움
<오다 가다>는 제목에서부터 화자의 정서를 암시한다. '오다 가다'라는 표현은 잠시 스쳐 가는 만남을 뜻하며, 그 만남이 우연하고 순간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시의 첫 연에서는 화자가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인연을 그리워하며,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라고 설의적 표현을 통해 그 인연을 쉽게 잊지 못할 것임을 강조한다. 이 구절은 단순히 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깊이 새겨진 인연이 되었음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연에서 화자는 그리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대 사는 곳"을 향해 먼 길을 떠나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시인은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그 인연이 화자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처럼 시인은 짧은 만남에 대한 그리움을 소박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내며, 그리움의 감정이 얼마나 인간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드는지를 시각화한다.
시의 중반부에서는 "수로 천 리 먼먼"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리운 대상에게 가는 길이 멀고도 멀다는 것을 강조한다. '천 리'라는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일 뿐만 아니라, 그리움의 깊이와도 연결된다. 이는 그리움을 향해 끝없이 길을 걸어가는 화자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그 감정의 깊이와 애틋함을 강조한다.
2. 자연의 이미지와 그리움의 정서
<오다 가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자연의 이미지다.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화자의 그리움을 더욱 부각한다. "산은 청청", "풀잎사귀 푸르고"와 같은 표현은 시각적 심상을 자극하며 싱그럽고 경쾌한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자연의 이미지는 화자의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배경이 된다. 자연의 청명한 모습은 그리움 속에서도 희망과 기대를 품고 살아가는 화자의 정서를 대변한다.
또한, "흰 거품 밀려든다"는 구절은 자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화자의 감정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그리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리움이 화자의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자연의 다양한 이미지들은 화자의 내면세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단지 슬픔이 아닌, 더 나아가 삶의 에너지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연의 이미지와 그리움의 정서를 조화롭게 엮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그리움이 가진 다층적인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 이는 그리움이 단지 회한이나 슬픔이 아닌,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감정임을 부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민요적 운율과 감각적 표현의 조화
<오다 가다>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민요적 운율과 감각적인 표현의 사용이다. 시인은 7.5조, 3음보의 경쾌한 운율을 통해 시의 전체적인 리듬을 밝고 활기차게 만든다. 이러한 운율은 시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어주며, 그리움의 정서를 더 이상 애상적으로만 느껴지지 않게 한다. 민요적 리듬은 시의 내용을 더 친근하고 정겹게 만들어, 독자가 화자의 정서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시인은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와 같은 표현을 통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화한다. 살구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리운 사람과의 인연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표현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서서, 화자가 느끼는 그리움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시는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며, 화자의 그리움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의 이러한 시도는 독자로 하여금 그리움이란 감정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단지 슬픔이나 아쉬움으로만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이 주는 감정의 풍부함과 그 안에 내재된 밝은 에너지를 함께 느끼게 한다.
결론
김억 시인의 <오다 가다>는 잠시 스쳐 간 인연을 잊지 못하는 화자의 그리움을 경쾌한 운율과 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단순히 그리움을 애상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민요적 운율과 밝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그리움의 정서를 더욱 풍요롭고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이 시는 독자로 하여금 그리움이 단지 슬픔과 아쉬움만이 아닌,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감정임을 깨닫게 하며, 그리움 속에서 더욱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다 가다>는 짧지만 깊은 인연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