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김종길 시인의 시 <바다에서>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굳은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겪는 현실의 고통을 바다 위에서 거친 파도를 만난 상황에 빗대어 묘사하며, 고난을 이겨내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결의를 드러낸다. 김종길 시인은 촉각적,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독자에게 현실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바다에서>의 주제 의식과 시적 기법을 통해 화자가 겪는 내면의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1. 고난의 상징으로서의 바다와 파도
김종길의 시 <바다에서>는 바다와 파도를 고난과 역경의 상징으로 사용하며, 이를 통해 시적 화자의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첫 연의 "차운 물보라가 이마를 적실 때마다 / 나는 소년처럼 울음을 참았다"라는 구절은 물보라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촉각적으로 형상화하며, 그 시련이 화자의 내면을 어떻게 압박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차운'이라는 표현은 물보라의 차가움을 강조하며, 화자가 겪는 고난의 감각적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소년처럼 울음을 참았다"는 직유법은 화자의 순수하고 나약한 상태를 강조하며, 과거의 아픔을 연상하게 한다.
이어서 "길길이 부서지는 파도 사이로 / 걷잡을 수 없이 나의 해로(海路)가 일렁일지라도"라는 구절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인생 여정을 거친 바다의 파도에 빗대어 표현한다. 여기서 '해로'는 뱃길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인생의 길을 상징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표현은 화자가 현재 처한 상황의 혼란스러움과 어려움을 극적으로 강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다. 이와 같은 상징적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내면적 갈등과 고난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또한 "나는 홀로이니라, / 나는 바다와 더불어 홀로이니라"라는 반복 구절은 화자의 현재 상황에서의 고독과 고난 속에서의 고독한 싸움을 강조한다. 이 반복과 변주를 통해 시의 운율감이 형성되며, 화자의 결의가 한층 더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 부분은 화자가 홀로 고난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자각과 함께 그 고독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새로운 결심
<바다에서>의 중반부에서는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떠올리며 그것과의 단절을 다짐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일었다간 스러지는 감상(感傷)의 물거품으로 / 자폭(自暴)의 잔(盞)을 채우던 옛날은 / 이제 아득히 띄워보내고"라는 구절에서, '감상의 물거품'과 '자폭의 잔'은 과거의 나약함과 자기 포기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여기서 '물거품'은 일었다가 사라지는 덧없고 부질없는 감정을, '자폭의 잔'은 스스로를 파괴했던 과거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화자는 이러한 과거의 모습과 철저히 단절하고자 한다. "아득히 띄워보내고"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과거를 멀리 떠나보내고자 하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이 구절은 화자가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이제는 그 과거로부터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결심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화자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또한 "왼몸을 내어 맡긴 천인(千仞)의 깊이 위에 / 나는 꽃처럼 황홀한 순간을 마련했으니"라는 구절은 화자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천인(千仞)'이라는 표현은 바다의 깊이를 나타내며, 극한의 고난과 역경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깊은 바다 위에서 화자는 "꽃처럼 황홀한 순간"을 마련했다는 표현을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역설적인 발상을 드러낸다.
3. 이상을 향한 굳은 의지와 희망의 표현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화자가 미래를 향한 희망과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이 펼쳐진다. "슬픔이 설사 또한 바다만 하기로"라는 구절은 현실의 슬픔이 아무리 크고 깊어도 화자가 그것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연한 다짐을 표현한다. 여기서 '바다'는 여전히 고난과 시련의 공간을 상징하지만, 화자는 그 공간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내비친다.
"나는 뉘우치지 않을 / 나의 하늘을 꿈꾸노라"라는 구절에서는 화자가 고난을 이겨내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하늘'이라는 이상의 공간을 상징한다. '하늘'은 화자가 꿈꾸는 이상과 목표의 공간이며, 고난의 '바다'를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 부분은 시 전체의 주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며, 화자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확고히 한다.
이 시에서 김종길 시인은 대조적인 시어들을 통해 주제를 더욱 부각하고 있다. '바다'와 '하늘'이라는 대비는 현실의 고난과 이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이를 통해 화자가 어떠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대조적 표현은 시의 구조와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결론
김종길의 시 <바다에서>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의 굳은 의지를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바다와 파도의 상징을 통해 현실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며,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떨쳐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결심을 드러낸다. 김종길 시인은 다양한 시적 기법과 대비적인 시어를 통해 화자의 내면 상황과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바다에서>는 우리에게 고난 속에서도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상기시키는 시로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