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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시인의 <반달>: 인식의 전환을 통한 남북 화합의 염원

by soulbooks 2024. 9. 10.

서론

김준태 시인의 시 <반달>은 남한과 북한의 분단된 현실을 반달이라는 상징을 통해 드러내며, 화자가 경험하는 세계와 인식의 변화를 통해 남북 화합의 염원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반달"이라는 자연물을 남한과 북한의 대립된 상태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사용하여, 서로가 대칭의 위치에 있는 남과 북이 각각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더 밝아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반달>은 화자의 인식 전환과 경험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조망하고, 그 속에서 남북의 화합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 시적으로 전개된다. 이 글에서는 <반달>의 상징적 의미와 시적 기법을 중심으로, 화합에 대한 화자의 기대와 염원을 심도 있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1.  '반달'의 상징성과 남북 분단 현실

<반달>에서 '반달'은 남한과 북한의 분단된 현실을 상징하는 중요한 시어로 등장한다. 반달은 원래 하나의 달이지만, 반쪽만 보이는 상태이다. 이는 남한과 북한이 원래 하나의 민족이지만 현재는 반으로 나뉜 상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북한에 반달이 비치면 더 밝듯 / 남한에도 반달이 비치면 정월 보름보다도 더 밝아짐을 의미(설)"라는 구절은 반달이 비추는 상황이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조명할 때 더 밝아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화자가 남북의 대립된 입장과 현실을 바라보면서 서로를 이해할 때 더 큰 밝음, 즉 화합과 평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드러낸다.

 

반달은 남과 북을 대칭적으로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둘 사이의 간극과 갈등을 상징한다. "허허, 남한이 아니면 북한 중에 어느 한쪽이 / 밤하늘에 저런 반달을 토해 놓았는가 보다"라는 구절은 반달이 남한과 북한 어느 한쪽에서 바라보는 것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나타내며, 분단된 현실이 얼마나 고착된 관념에 의해 굳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은 화자가 남북의 대립된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그 속에서 화합을 염원하는 내면의 소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반달의 이미지는 화자가 취한 상태에서의 시선과 인식의 변화를 강조한다. "내가 취하면 유월(六月)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든다"와 같은 표현은 화자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된 인식 속에서 세상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남북 화합을 위해 화자 스스로의 시선과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2.  시선과 인식의 전환을 통한 화합의 가능성

<반달>의 중요한 시적 기법 중 하나는 화자의 시선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남북 화합의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경험과 인식을 바꿔가며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 "왼발로 걸으면 오른발에 날개가 돋아나는 밤아"와 같은 구절은 화자가 입장을 바꿔 생각할 때만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남과 북이 서로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이해할 때 화합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른발로 어둠을 밟아야만이 왼발에 기적이 생긴다"라는 구절은 남북의 분단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쪽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바꿔보며 이해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기적이 생긴다는 표현은 현재의 어두운 분단 상황에서 작은 기적, 즉 화합과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역설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남북 화합의 가능성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눈을 감을 때만이 미행하는 놈들이 보이고 / 입술을 다물 때만이 미행(行)하는 놈들의 목소리가"라는 구절은 화자가 눈을 감고 입을 다물 때만이 숨겨진 실체를 볼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화자가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때, 남북의 분단된 현실 속에서 참된 본질을 깨닫고 화합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화자의 염원

<반달>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남북의 분단된 현실을 넘어 화합을 염원하는 화자의 내면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찌하여 내 몸뚱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새어 나가는가"라는 구절은 화자가 분단된 현실 속에서 겪는 불안과 갈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여기서 '몸뚱이'는 화자 자신뿐만 아니라 분단된 한반도를 상징하며, 아슬아슬하게 새어 나가는 것은 남북 관계의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 화자는 이러한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고 남북이 하나로 화합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또한, "캄캄한 하늘로 날아가서 토해 놓았는가 보다"라는 구절은 분단의 현실이 얼마나 암울하고 해결하기 어려운지를 암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화합을 염원하는 화자의 마음을 드러낸다. 화자는 남북의 화합이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어려운 과제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남북 관계의 복잡성과 그 속에서 느끼는 화자의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시는 "남한과 북한처럼 대칭의 위치에 있는 것이 이는"이라는 구절을 통해 남북이 서로 반대의 위치에 서 있지만, 그 위치를 바꿔 바라보고 이해할 때 서로를 받아들이고 화합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화자의 강한 염원을 담고 있다.

결론

김준태 시인의 <반달>은 남북의 분단된 현실 속에서 화합을 염원하는 화자의 깊은 소망을 담은 작품이다. 시인은 '반달'이라는 상징을 통해 남과 북의 대칭적 위치와 갈등을 드러내면서도, 화자가 자신의 시선과 인식을 바꿀 때 남북 화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는 역설적 표현과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새롭게 조망하고, 화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반달>은 분단의 현실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강한 염원을 노래하며, 독자에게 남북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