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박봉우의 시 <서울 하야식>은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사회를 강하게 억압했던 군부 독재 시절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이 시는 민주주의 실현이 좌절되고, 국민들이 고통받던 당시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시 제목에 사용된 '하야(下野)'라는 단어는 정치적 의미를 띠며, 고위 관직에서 물러나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시인이 군부 독재에 대한 저항과 함께, 그 억압적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화자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도시가 아닌, 자유와 억압, 좌절이 혼재하는 공간으로 설정하면서 이를 통해 시대적 배경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는 서울을 떠나는 행위를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확장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 서울: 고통스러운 삶의 공간
서울은 이 시에서 고통스러운 삶의 중심 공간으로, 군부 독재하에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 도시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고통과 억압, 좌절이 얽힌 복합적 공간으로 표현된다.
첫째, '긴 겨울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구절은 서울을 차가운 겨울과 같은 장소로 그린다.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민주주의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시 독재 정부의 강력한 억압 속에서 벗어날 길이 없음을 암시한다. 겨울은 일반적으로 죽음, 절망, 동결된 상태를 상징하며, 이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둘째, '모두 발버둥 치는 벌판'은 화자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드러내며, 서울이 인간의 생존 본능마저 위협하는 공간임을 묘사한다. '발버둥 치는'이라는 표현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이는 서울에서의 삶이 자유를 향한 고통스러운 투쟁임을 나타낸다. 이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장소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준다.
셋째, '꽃송이를 꺾으며 덤벼드는'이라는 구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폭력적 힘을 상징한다. 이는 군부 독재의 폭압적 성격을 암시하며, '꽃'은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반면, 그것을 꺾는 행위는 독재에 의한 자유의 억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표현은 시가 다루는 주제의 심각성과 비극성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2. 화자의 절망과 갈망
화자의 정서는 이 시의 중심을 이룬다. 그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절망을 느끼며, 동시에 그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정이다.
첫째, '나는 떠나다/서울을 떠나다'라는 반복적 구절은 화자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억압적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강한 의지를 강조한다. 화자는 이 구절을 통해 자신의 결단을 확실히 하고 있으며, 이는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반복적인 구절은 독자의 심리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화자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한다.
둘째, '이 못된 손아귀에서'라는 표현은 군부 독재에 대한 강력한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이 '손아귀'는 독재 권력의 억압적 성격을 상징하며, 화자는 그 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자 한다. 이 구절에서 화자의 저항 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며, 이는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셋째, '옥토를 지키는 것'이라는 표현은 화자가 떠나고자 하는 서울과 대조되는 이상적인 공간을 암시한다. '옥토'는 비옥한 땅, 즉 자유와 평화가 깃든 장소를 상징하며, 이는 화자가 떠나고자 하는 이유이자 목표를 상징한다. 화자는 서울을 떠나 옥토를 지키고자 하며, 이는 억압된 현실 속에서 자유를 찾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3. 자연과 현실의 대조
시의 후반부에서 자연과 현실의 대조가 더욱 뚜렷해진다. 박봉우 시인은 자연의 순환과 인간 현실의 불변을 대조시키며, 이를 통해 인간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첫째, '봄은 오는데'라는 구절은 자연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봄은 일반적으로 희망과 새로움을 상징하지만, 화자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암울한 상태로 남아 있음을 강조한다. 이 구절은 자연의 변화와 대비되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효과적으로 부각한다.
둘째, '긴 겨울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자연의 계절적 변화가 화자의 현실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상징한다. 이는 독재 하에서의 고통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화자가 느끼는 절망감과 좌절감을 더욱 부각한다. 자연은 봄을 맞이하지만, 화자의 현실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셋째, '보리밥에 독두밭에 자유와 인정이 있는 공간 - 서울'이라는 구절은 자유와 평화를 찾고자 하는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나타낸다. 이는 그가 떠나려는 서울과 대조되는 공간으로, 화자가 찾고자 하는 궁극적인 안식처를 상징한다. 이 공간은 화자가 꿈꾸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실현된 이상적 사회를 의미하며, 시의 주제와도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결론
<서울 하야식>은 군부 독재라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 실현의 좌절과 인간의 본능적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박봉우 시인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통해 억압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그 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강한 욕망을 표현한다. 이 시는 당시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이자, 더 나아가 인간 본연의 자유를 추구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시로, 현대 독자들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박봉우의 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정치적 비판을 넘어,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효한 공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