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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 시인, <매미 울음 끝에> : 사랑이 남긴 고요함의 소리

by soulbooks 2024. 9. 20.

 

1. 매미 울음과 사랑의 비유적 연관성

박재삼의 <매미 울음 끝에>에서 매미 울음은 사랑의 절정과 그 끝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시적 장치다. 시의 도입부에서 "막바지 뙤약볕 속 / 한창 매미 울음은"이라는 표현은 한여름의 뜨거운 무더위를 극대화하며, 그 속에서 매미 울음이 절정에 달해 있음을 나타낸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사랑의 열정과 열기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강렬함과 정열은 마치 한여름의 매미 울음처럼 그 강도를 더해가지만, 곧 사라지며 조용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시인은 매미 울음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절정으로 올려놓은 후, "이렇게 다시 조용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사랑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과정을 매미 울음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한때는 온 세상을 울리던 매미 울음이 멈춘 뒤 찾아오는 정적처럼, 사랑도 그 강렬함이 사라지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해진다는 점에서 매미 울음과 사랑의 유사성을 드러낸다. 이는 사랑의 덧없음과 사랑이 지나간 후 남는 정적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2. 감각적 이미지와 역설적 표현을 통한 정적의 형상화

<매미 울음 끝에>는 감각적 이미지와 역설적 표현을 통해 사랑이 끝난 후의 고요함을 형상화한다. 시의 중반부에서 "지금은 아무 기척도 없이 / 정적의 소리인 듯 쟁쟁쟁"이라는 표현은 매미 울음이 사라진 후의 깊은 정적을 청각적으로 표현하며, 그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소리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처럼 소리와 정적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한 역설적 표현은 사랑의 열정이 끝난 후 느껴지는 감정의 복잡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시에서 묘사된 "정적의 소리"는 사랑이 끝난 후 남겨진 여운과 그 후의 감정을 상징한다. 매미 울음이 멈춘 뒤에 찾아오는 고요함은 사랑의 격정이 끝난 후 찾아오는 감정적 공허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박재삼은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매미 울음이라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하며,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매미 울음이 남긴 고요함은 마치 사랑이 남긴 공백처럼, 그 속에서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또한, "맑은 구름만 눈이 부시게 / 하늘 위에 펼치기만 하노니"라는 표현은 사랑이 끝난 후의 청명함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는 소나기처럼 휘몰아치던 사랑이 지나간 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맑고 고요한 상태를 표현하며, 사랑의 강렬함과 그 후의 차분함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역설적 표현은 사랑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랑이 지나간 후에도 남는 고요함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3. 사랑의 소나기와 매미 울음의 비유를 통한 주제의 심화

시의 후반부에서 박재삼은 사랑을 "소나기"에 비유하며 사랑의 속성과 그 끝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한다. "사랑도 어쩌면 / 소나기처럼 숨이 차게"라는 표현은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갑작스러움과 그 강렬함을 떠올리게 한다. 소나기는 짧지만 강렬하게 내리며, 모든 것을 휩쓸고 가지만 이내 맑은 하늘을 남긴다. 이러한 소나기의 속성은 사랑이 지닌 열정적이고도 덧없는 속성과 맞닿아 있다.

 

사랑이 "정수리부터 목물로 들이붓더니 / 몸과 마음을 적시더니"라는 표현은 사랑이 사람의 마음과 몸을 완전히 적셔버리는 과정을 묘사하며, 사랑이 가진 강렬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얼마 후에는 / 그것이 아무 일도 없었던 양"이라는 구절은 그토록 뜨거웠던 사랑이 끝난 후의 허무함과 고요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매미 울음이 사라진 후 찾아오는 정적과 연결되며,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는 다시 고요한 일상이 찾아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박재삼은 <매미 울음 끝에>를 통해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후의 고요함을 매미 울음과 소나기에 비유하여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강렬함과, 그 열정이 식은 후의 조용함을 대조적으로 제시하며, 사랑의 본질과 그 후의 감정적 여운을 탐구한다. 이러한 시적 접근은 사랑의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사랑이 남긴 고요함 속에서도 그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결론

박재삼의 시 <매미 울음 끝에>는 매미 울음과 소나기의 비유를 통해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후의 고요함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매미 울음이 여름의 뜨거운 절정 속에서 절정을 치닫다 갑작스레 사라지는 모습을 통해, 사랑의 열정과 그 후의 공허함을 대비적으로 표현한다.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강렬한 감정과, 그 감정이 사라진 후 찾아오는 고요함은 마치 매미 울음이 끝난 후의 정적처럼 여운을 남긴다. 박재삼의 시는 사랑의 복잡한 감정과 그 속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며,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매미 울음 끝에>는 사랑이 남긴 고요함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시인의 섬세한 시적 탐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