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곽재구의 시 <받들어 꽃>은 아이들의 전쟁놀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적 현실을 비판하고, 그와 대립되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강조한 작품이다. 시인은 아파트 단지에서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의 순진한 놀이가 우리 사회의 폭력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시는 '받들어 총'과 '받들어 꽃'이라는 대립적 의미 구조를 통해 생명이 지닌 진정한 가치와 존엄성을 일깨우고, 아이들에게도 그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곽재구의 <받들어 꽃>이 어떻게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지, 시의 주제와 문학적 기법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다.
1. 아이들의 전쟁놀이와 폭력적 현실의 반영
<받들어 꽃>은 아파트 단지에서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의 도입부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 아이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여 / 전쟁놀이를 한다"라는 구절은 전쟁놀이의 시작을 알리며, 그 배경이 되는 현실 사회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국군의 날 행사라는 배경은 군사적 이미지와 전쟁의 상징성을 강화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전쟁놀이를 하게 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조차도 현실의 군사적 긴장감과 폭력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이들은 "장난감 비행기 전자 항공모함"과 같은 각종 무기들을 가지고 놀며, "유탄 받아라, 미사일 받아라"와 같은 공격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 이러한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침략자로 여기며, "전쟁놀이를 한다"는 표현은 그저 재미를 넘어서 현실의 폭력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전쟁의 참혹함과 파괴적인 성격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저 즐거움으로 전쟁을 모방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 사회가 전쟁과 폭력에 무감각해져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 전쟁과 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비판한다. "아뿔싸 힘이 센 304호실 아이가 / 303호실 아이의 탱크를 짓누르고"라는 구절은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도 힘과 폭력이 중심이 되는 상황을 묘사하며, 이는 현실 사회의 권력관계와 폭력적 경쟁 구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묘사는 시인이 전쟁놀이를 단순한 아이들의 놀이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의 폭력적 현실을 반영하는 중요한 장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받들어 총'과 '받들어 꽃'의 대립적 의미 구조
<받들어 꽃>은 '받들어 총'과 '받들어 꽃'이라는 대립적 의미 구조를 통해 폭력과 생명의 가치를 대조적으로 제시한다. 아이들의 전쟁놀이가 "받들어 총"이라는 구호로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순간, 시인은 "아버지의 슬픔의 클라이맥스가 / 받들어 총에 있음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라는 구절을 통해, 전쟁과 폭력의 본질을 모르는 아이들의 무지와 순수함을 강조한다. '받들어 총'은 군사적 훈련과 명령 체계 속에서 인간성을 억누르는 폭력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이는 전쟁과 군사적 권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한다.
반면, 시의 후반부에서 시인은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은 총이 아니란다"라고 말하며, 진정한 힘은 생명의 아름다움과 그 소중함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어서 "받들어 꽃"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며, 이는 '받들어 총'과 대조되는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받들어 꽃'은 전쟁과 폭력의 현실을 초월한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시인은 생명이 지닌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 대립적 의미 구조는 독자에게 전쟁과 평화, 폭력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받들어 꽃 받들어 꽃받들어 꽃"이라는 반복적인 구절은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경외하는 마음을 강조하며, 아이들도 무의식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장면은 전쟁놀이 속에서 폭력의 가치를 무심코 받아들였던 아이들이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시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3. 생명에 대한 찬미와 사회적 메시지
곽재구의 <받들어 꽃>은 생명의 소중함을 찬미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우리들이 /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별과 / 나무와 바람과 새 그리고 / 우리들 사이에서 늘 피어나는 / 한 송이 꽃과 같은 것이란다"라고 말하며,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무기가 아닌 생명 그 자체임을 일깨운다. 이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가치를 강조하며, 아이들이 폭력적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닌,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배우길 바라는 시인의 소망을 담고 있다.
시인은 "한 송이를 꺾어 들며 나는 조용히 얘기했다"라는 구절을 통해, 꽃을 들고 아이들에게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평화와 생명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직접 전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나타내며, 이러한 소통의 과정 속에서 아이들도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이 장면은 시적 화자의 역할을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생명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교사로서의 역할로 전환시키며, 시의 주제 의식을 명확히 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받들어 꽃"을 반복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꽃을 경례하게 되는 장면은 생명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꽃이 지는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흔들었다"라는 구절은 생명의 가치가 단순한 말이 아닌, 실제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이는 곽재구가 이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독자들에게도 강하게 전달되는 효과를 낳는다.
결론
곽재구의 시 <받들어 꽃>은 아이들의 전쟁놀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적 현실을 비판하고, 그와 대조되는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 작품이다. 시인은 '받들어 총'과 '받들어 꽃'이라는 대립적 구조를 통해 전쟁과 폭력의 허무함을 드러내고, 생명이 지닌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받들어 꽃>은 전쟁과 폭력의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도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며, 독자들에게도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시는 아이들의 놀이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녀야 할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