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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 - 순수한 마음과 우주적 조화

by soulbooks 2024. 10. 7.

 

서론

서정주의 시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는 순수한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소녀가 물동이에 물을 이고 걸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화자는 그 소녀가 물을 한 방울도 엎지르지 않고 걸어왔을 때, 비로소 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이 시는 단순한 일상 속 행동을 통해 인간과 우주, 그리고 순수한 마음의 리듬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표현하며,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깊이를 탐구할 수 있다.

 

1.  물동이를 이고 걷는 소녀의 상징성

시 속에서 물동이를 이고 걷는 소녀의 모습은 단순한 행위를 넘어 존재의 균형과 조화를 상징한다. 물동이를 이고, 물을 한 방울도 엎지르지 않고 걸어가는 것은 신체의 절제와 통제를 필요로 하는 행위로, 여기서 소녀는 마치 우주적 리듬과 자신의 몸을 일치시키는 듯하다. 물을 이고 걷는 모습은 '무아지경'의 상태에 가까운 행위로, 이 과정에서 소녀는 자신을 초월하여 더 큰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존재로 그려진다.

 

화자는 소녀가 물을 길어 나르며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행위가 성공했을 때 비로소 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이는 단순한 인간적 교감을 넘어, 일상 속에서 우주적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포착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소녀가 물동이를 이고 걷는 것은 우주의 리듬과 조화를 맞추는 신성한 행위이며, 이를 통해 소녀는 일상적 존재에서 신화적 존재로 변모한다.

 

이 시에서 물동이의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닌, 우주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그 물이 온전하게 유지되었을 때 비로소 화자와 소녀는 교감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 이뤄지는 순수한 소통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2.  순수함과 의지의 상호작용

소녀가 물동이를 이고 걸어가는 동안, 그녀는 화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가지만, 물을 한 방울도 엎지르지 않고 걸어왔을 때 비로소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다. 이는 소녀가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물동이를 무사히 이고 걸어오는 과정은 소녀의 내면적 결단과 의지를 상징하며, 그 행위가 성공했을 때만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 장면에서 소녀의 태도는 단순한 행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물동이를 무사히 이고 걸어왔을 때 소녀는 자신이 이루고자 한 목표를 성취한 상태에서 화자와 교감한다. 이는 소녀가 자신의 내면적 힘과 성취를 보여주려는 일종의 의식적인 행동이며, 그 성공이 화자와의 눈 맞춤으로 연결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화자는 소녀가 자신의 의지를 실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행위의 성공 여부에 따라 소녀의 마음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녀와 화자의 눈 맞춤은 단순한 감정적 교류를 넘어, 일상 속에서 자신을 완성해 가는 과정의 성취와 그 후의 소통을 나타낸다. 소녀의 물동이를 이고 걷는 행위는 내면의 순수함과 강한 의지가 결합된 상징적 행동이다.

 

3.  우주적 리듬과 인간의 소멸

시에서 물동이를 이고 걷는 소녀는 단순한 인물 이상의 존재로 그려진다. 그녀가 물을 흘리지 않고 걸어가는 과정은 마치 우주의 리듬과 일치하는 신성한 행위처럼 묘사되며, 이를 통해 소녀는 일상적 존재에서 초월적 존재로 변화한다. 물동이를 이고 있는 동안, 그녀는 화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걸음과 물동이의 균형에만 집중한다. 이는 그녀가 무아의 상태에 들어간 듯한 모습으로,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려는 인간의 내적 갈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화자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소녀가 물동이를 무사히 이고 왔을 때 비로소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이 순간은 단순한 눈 맞춤을 넘어, 인간과 우주가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소녀가 물동이를 이고 걸어온다는 일상적 행위가 우주적 질서와 연결되었을 때, 그녀와 화자 사이의 교감은 단순한 감정적 교류를 넘어선다.

 

특히, 물동이의 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소녀가 자신의 걸음과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은 인간이 우주의 리듬에 맞추어 자신의 존재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자아는 소멸하고, 오직 우주적 조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이는 무아의 상태로 들어가면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넘어선 초월적 상태에 도달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론

서정주의 시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는 단순한 일상적 행위 속에 담긴 인간과 우주의 조화, 그리고 순수한 마음을 다룬 작품이다. 소녀가 물동이를 이고 걸어가는 과정은 우주적 리듬과 인간의 내면적 의지가 결합된 상징적 행위로 그려지며, 그 성공이 화자와의 눈 맞춤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순수한 소통을 나타낸다.

 

소녀의 물동이를 이고 걸어오는 모습은 단순한 행동을 넘어 인간이 자신을 초월하여 더 큰 존재와 조화를 이루려는 갈망을 상징한다. 이 과정에서 화자와 소녀의 교감은 단순한 감정적 교류가 아니라, 인간과 우주가 하나 되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서정주는 일상 속에서 우주적 의미를 발견하고,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조화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