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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성묘> - 민족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염원

by soulbooks 2024. 10. 5.

서론

고은의 시 <성묘>는 남북 분단의 아픔과 그로 인한 민족적 고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는 아버지를 추모하는 아들의 시선을 통해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민족의 상처를 드러내며, 남북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한다. 특히, 시의 상징적 기법을 통해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조국의 역사적 비극과 결부시키고, 민족적 차원의 고통과 소망을 서정적으로 전달한다. 이 시에서 중요한 상징은 '소금'과 '아버지'로, 두 대상은 통일과 민족적 화합을 염원하는 화자의 마음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1. 소금의 상징과 그 문학적 의미

<성묘>에서 '소금'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닌 다층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소금은 아버지의 생계 수단이었지만, 시에서는 남북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그려진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남과 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소금을 팔았다. 소금은 여기서 단순히 물질적 의미를 넘어서, 남북이 하나였던 시절,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던 시절의 상징으로 읽힌다.

 

소금은 또한 민족적 가치의 상징으로, 아버지의 삶을 지탱해준 존재로 그려진다. 아버지는 남과 북을 오가며 소금을 팔았고, 그 소금이 아버지의 삶을 이어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에서 소금이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화합과 동질성을 상징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소금장수로서의 삶은 곧 남북이 분단되기 전의 통일된 시절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에서 소금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 지속적이고 강렬함을 나타낸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금의 상징이 다시 한 번 등장하며, 소금이야말로 남북을 다시 연결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민족의 정신적 가치를 상징한다. 아버지의 소금이 곧 통일된 조국의 재건을 의미하며, 그 소금의 힘이 다시금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음을 시인은 강조하고 있다.

 

2. 시적 공간과 시간의 교차

<성묘>에서 중요한 문학적 기법 중 하나는 공간적, 시간적 교차다. 시 속에서 화자는 현재 아버지의 무덤 앞에 서 있으며, 아버지의 생전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이 회상은 단순히 아버지 개인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민족의 역사와 연결된다. 아버지가 남과 북을 넘나들며 소금을 팔았던 시절은 남북이 하나였던 시절이자, 민족이 하나로 존재했던 시절을 상징한다. 그러나 화자는 그 시절이 이제는 사라졌으며, 현재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현실 속에 서 있다.

 

시에서 두만강과 압록강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분단된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두만강과 압록강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제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 있으며, 그 공간은 이제 남북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변했다. 시 속에서 이 공간적 경계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닌, 민족적 분단의 상처와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간적으로도 시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과거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현재의 분단된 조국이 교차되면서, 시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단순히 역사의 흐름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은 이 시간적 교차를 통해 분단된 현실과 과거의 통일된 시절을 대비시키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더욱 강조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기억은 곧 통일된 조국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3) 반복과 상징적 시어의 효과

<성묘>에서 또 다른 중요한 문학적 기법은 반복과 상징적 시어의 사용이다. 특히 '소금이여'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시의 주제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반복적인 구절은 단순히 소금의 상징적 의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염원의 절실함을 표현한다. 아버지가 남북을 오가며 팔았던 소금은 더 이상 남북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소금은 분단된 현실 속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처럼 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어는 시의 리듬감을 형성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소금이여'라는 구절은 단순한 물질적 대상 이상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아버지와 남북, 그리고 민족의 염원을 잇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 반복은 시의 전반적인 흐름을 끌고 가며, 독자로 하여금 통일에 대한 강한 염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붉은색'과 '흰색'의 대비는 분단된 현실과 소금의 순수한 민족적 가치를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붉은색은 남북 분단의 현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비린내 나는 역사적 상처를 상징한다. 반면, 흰색은 소금의 깨끗함, 순수함을 상징하며, 남북이 하나로 통일될 때 얻을 수 있는 순수한 민족적 가치를 의미한다. 이처럼 색채 대비를 통해 시의 감정적 깊이와 상징적 의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3) 결론

고은의 시 <성묘>는 아버지를 추모하는 아들의 시선을 통해 민족의 분단과 그로 인한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시는 소금이라는 상징을 통해 남북을 연결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그 시절의 소망이 다시금 이루어지길 바라는 강렬한 염원을 표현한다.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통해 민족의 역사적 상처와 분단의 현실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 속에서 아버지의 소금장수로서의 삶은 남북을 자유롭게 연결했던 과거를 상징하며, 그 소금은 다시금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희망의 매개체로 자리 잡는다. 시인은 공간적, 시간적 교차와 반복적 상징어를 통해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강조하며, 개인적 슬픔을 넘어선 민족적 차원의 고통과 화합의 염원을 서정적으로 전달한다. 이 시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선, 민족적 소망을 담은 현대시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