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송수권 시인 <며느리밥풀꽃>: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하다

by soulbooks 2024. 9. 15.

 

서론

송수권의 시 <며느리밥풀꽃>은 가난과 설움 속에서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는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는 한국 전통 설화인 '며느리밥풀꽃 설화'를 차용해, 시어머니의 학대로 죽은 며느리의 비극을 통해 고난을 겪으면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며느리밥풀꽃은 설움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존재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매개물이 된다. 송수권은 이러한 소재를 통해 삶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며,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민중의 힘을 노래한다. 본 글에서는 <며느리밥풀꽃>에 나타난 시적 이미지와 상징, 그리고 생명력의 의미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1.  민중의 삶을 상징하는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밥풀꽃>의 첫 번째 연에서 시인은 햇살 좋은 뜰에 피어나는 풀꽃들을 떠올리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날씨 보러 물에 내려 / 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이라는 구절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 숨어 있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환기시킨다. "산부추, 개망초, 우승, 만병초, 둥근범꼬리, 변명이, 돈나물꽃" 등 다양한 풀꽃들은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들은 모두 척박한 환경에서도 강인하게 피어나는 식물들로,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는 민중들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특히, 시인은 며느리밥풀꽃을 통해 가난한 여인네들의 고된 삶을 형상화한다. "물길 백리 저 송이섬에 갈까 / 며느리 피어 있는 곳"이라는 표현은 멀고 험난한 길을 걸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을 묘사하며, 그곳에서 고된 삶을 살았던 이들의 모습이 암시된다. 이는 또한, 민중들이 맞서야 했던 척박한 현실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의 불꽃을 상징한다. 며느리밥풀꽃은 작은 꽃이지만, 그 속에는 지치지 않는 생명력과 고난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2.  설화적 배경을 통해 드러나는 민중의 설움

시의 두 번째 연은 며느리밥풀꽃의 전설을 바탕으로 민중들의 억울한 삶을 드러낸다. "씨입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 / 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 / 혀끝에 감춘 밥알 두 알"이라는 표현은 가난 속에서 허기진 며느리가 밥알 두 개를 훔쳐먹다가 시어머니에게 발각된 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이 부분은 가난과 설움 속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한을 상징하며, 식민지 시기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지는 "몰래몰래 울음 훔쳐 먹고 그 울음도 지쳐 / 추스림 끝에 피는 꽃 며느리밥풀꽃"이라는 구절은 그 비극적 운명을 견뎌내며 피어나는 민중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며느리밥풀꽃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며느리의 한이 깃든 꽃이지만, 그 한을 딛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시인은 이러한 묘사를 통해 민중들의 끈질긴 삶의 의지를 강조하며, 억압된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설화적 배경을 차용함으로써 송수권은 민중의 삶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며느리밥풀꽃은 단순한 자연의 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든 민중들의 대변자로서 자리 잡는다.

3.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의 상징으로서의 며느리밥풀꽃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며느리밥풀꽃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다. "햇빛 기진하면은 혀 깨물고 / 지금도 그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니라"라는 구절은 며느리밥풀꽃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는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버티며 살아가는 삶의 의지를 나타낸다.

 

"이 세상 끝이 와도 끝내는 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이라는 표현은 며느리밥풀꽃이 단순히 설움과 한을 상징하는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다. 이 꽃은 밟히면 으스러지는 연약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도 꺾지 못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송수권은 이를 통해 민중들이 고난을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를 드러내며,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긍정적인 생명력을 부각한다.

 

송수권은 며느리밥풀꽃을 통해 민중들이 겪는 고통과 설움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안에 깃든 끈질긴 생명력과 회복의 의지를 강조한다. 시인은 민중들이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고통이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론

<며느리밥풀꽃>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삶을 민중의 상징적 꽃인 며느리밥풀꽃을 통해 깊이 있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송수권 시인은 전설 속 며느리의 한과 비극을 차용하여,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한다. 이 시는 설움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응원하며, 독자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준다. 민중들의 삶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공감이 돋보이는 <며느리밥풀꽃>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우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