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신동엽의 시 <향아>는 물질문명으로 인해 상실된 인간의 순수함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강력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다. 현대 문명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전통적 농촌 공동체로의 회귀를 통해 이상적이고 순수한 삶을 되찾으려는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농촌 회귀의 이야기를 넘어서, 현대인의 잃어버린 순수성을 회복하자는 강한 의지와 현실 거부의 태도를 보여준다. 신동엽의 시적 표현 기법은 이러한 주제 의식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립적 시어와 청유형 어조, 상징적 자연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어 깊은 울림을 준다.
1.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과 순수한 세계로의 회귀
<향아>의 핵심 주제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과 그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세계로 돌아가려는 화자의 의지이다.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이라는 구절은 물질문명의 부정적인 측면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으로, 현대 사회의 타락과 허위성을 상징한다. 시인이 현대 문명을 '기생충'으로 표현한 것은, 문명이 인간의 본래적 순수함을 갉아먹고 타락시키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구체적이고 강렬한 표현은 화자가 물질문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깊은 혐오와 거부감을 잘 보여준다.
반면에 화자가 꿈꾸는 세계는 "전설 같은 풍속"으로 상징되는 순수한 농촌 공동체의 모습이다. 이 공동체에서는 인간이 물질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을 가꾸기 위하여"라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자연 속에서 소박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화려함과 대조를 이룬다. 여기서 '들국화'는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상징하며, 이는 인간 본연의 순수한 삶의 모습을 나타낸다. 시인은 이러한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현대 문명의 부정적 측면과 순수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대비시키며, 화자가 꿈꾸는 이상 세계로의 회귀 의지를 강조한다.
2. 청유형 어조와 화자의 의지
신동엽의 <향아>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문학적 기법은 청유형 어조의 사용이다. 화자는 "돌아가자", "가자"라는 청유형 구문을 반복함으로써 독자에게 순수한 세계로의 초대를 강하게 권유한다. 이 청유형 어조는 화자의 의지가 단순한 희망이나 소망이 아니라, 강력한 실천의지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지적 표현은 시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며, 현대 문명을 부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화자의 결심을 드러낸다.
특히 "차라리 그 미개지로 가자"라는 표현은 단순한 도피나 회귀를 넘어서, 현대 문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결단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미개지'는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공간으로, 화자가 가고자 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한다. 이 구절은 화자가 물질문명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 그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음을 선언하는 대목이다. 청유형 어조를 통해 신동엽은 현실을 부정하고,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3. 대립적 시어와 자연 이미지의 상징성
<향아>에서 신동엽은 대립적 시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시적 긴장감을 높이고, 주제 의식을 강화한다. "기생충의 생리와 허식"과 "들국화처럼 소박한 목숨"은 현대 문명과 이상적 세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상징적 시어이다. '기생충'과 '허식'은 문명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물질에 찌들어 본연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반면 '들국화'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순수한 인간의 삶을 상징하며, 시인이 지향하는 이상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두 대립적 시어는 시 전체의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며, 화자가 꿈꾸는 순수한 세계와 현대 문명이 서로 얼마나 상반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낸다.
또한, 자연 이미지는 <향아>에서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한다. "냇물 굽이치는 심상한 마음"과 같은 표현에서 자연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상징하며, 화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자연은 문명과 대비되어, 인간이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제시된다. 신동엽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문명에 의해 왜곡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자연과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하게 만든다.
결론
신동엽의 <향아>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그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화자는 기생충과 같은 물질문명이 인간의 순수함을 황폐화시킨다고 보고, 전통적 농촌 공동체로의 회귀를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되찾고자 한다. 시인은 청유형 어조와 대립적 시어, 자연 이미지의 상징적 사용을 통해 이러한 주제 의식을 강화하며, 독자에게 순수한 세계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향아>는 물질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되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갈망을 표현하며,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