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신동집의 시 <오렌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렌지’를 소재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시도하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과일인 오렌지가 등장하지만, 이 시에서 오렌지는 단순한 과일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인식의 대상이자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화자의 갈망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 시는 존재의 본질을 꿰뚫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가능성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신동집은 일상적 소재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구체화하며, 독자로 하여금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의 복잡성과 모호함을 사유하게 한다.
1. 오렌지의 상징성과 본질 탐구
신동집의 <오렌지>에서 오렌지는 단순한 과일이 아닌, 존재의 본질을 상징하는 중요한 대상이다. 화자는 오렌지를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다. 오렌지를 보고 그 속에 담긴 진리를 파악하려는 욕망은 곧 인간이 사물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려는 철학적 열망을 나타낸다. 하지만 화자는 곧 오렌지의 본질에 다가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된다. 이 시에서 오렌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이지만, 그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의 첫 연에서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라는 표현은 본질에 쉽게 다가갈 수 없음을 암시한다. 오렌지를 보고 있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손을 대는 순간, 오렌지는 더 이상 오렌지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사물을 바라보는 외면적 접근이 본질을 파악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물의 본질은 단순한 외형적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된 깊은 의미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화자는 오렌지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좌절을 느끼고 있다. 오렌지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시도는 인간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의 진리를 파악하려는 끊임없는 열망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열망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렌지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은 인간의 인식적 한계를 드러낸다.
2. 반복되는 구절과 상징적 시어의 사용
<오렌지>는 여러 시구의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화하고 운율을 형성한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며, 이는 화자가 오렌지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과 그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반복적 표현은 화자의 본질 탐구의 좌절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구절은 사물과 인간 사이의 상호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적 장치다. 이 시어는 오렌지가 단순히 인간이 관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렌지 자체도 인간을 바라보는 존재로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인간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순간, 그 사물도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선을 가진다. 이는 존재론적 관계를 드러내며, 인간이 모든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려 할 때, 그 본질 자체도 인간에게 다가가는 과정임을 암시한다.
또한, "시간이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과 인간이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무의미함을 강조한다.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화자를 감싸며 본질 탐구의 어려움을 더욱 극대화한다. 이처럼 시에서의 시간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본질 탐구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좌절을 느끼는 화자의 내면을 표현한다.
3. 본질 탐구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
이 시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화자가 본질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부분이다. 시의 마지막 연에서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라는 구절은 화자가 본질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느끼는 순간을 보여준다. 비록 본질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 본질의 한 부분에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한다. 오렌지를 파악하려는 시도가 완전한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조금씩 본질에 다가가는 가능성이 있음을 시인은 시사하고 있다.
이 구절에서 '어진 그림자'라는 표현은 본질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것을 암시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는 사물의 본질이 쉽게 파악될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을 완전히 드러낼 수는 없지만, 그 일부를 포착하는 데에는 가능성이 있음을 상징한다. 이처럼 본질 탐구의 과정은 좌절과 동시에 희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시인은 인간의 탐구 과정이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화자는 마지막에 본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끊임없는 탐구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인간의 궁극적 욕망을 상징하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드러낸다. 본질에 대한 탐구는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할지라도, 그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론
신동집의 <오렌지>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화자의 철학적 성찰을 담은 시로, 오렌지를 매개로 인간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욕망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을 표현한다. 이 시에서 오렌지는 단순한 과일이 아닌 존재의 본질을 상징하는 대상이며, 화자는 이를 통해 본질을 파악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열망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절과 상징적 시어는 본질을 탐구하려는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하며, 사물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론적 관계를 표현한다. 본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는 화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에 다가가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며, 이는 인간의 끊임없는 탐구 욕망을 상징한다.
결국 <오렌지>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질 탐구 욕구와 그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