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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 고향의 쇠락에 대한 안타까움

by soulbooks 2024. 9. 3.

서론

유하 시인의 시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는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쇠락해 가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강렬하게 표현한 서정시이다. 이 시는 고향 왕재산의 겨울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유한성, 그리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왕재산을 무덤 같은 이미지로 묘사하며, 쇠락해 가는 고향의 모습과 도시의 욕망으로 가득 찬 현실을 대비시킴으로써 삶과 죽음, 기억과 소멸의 문제를 독자에게 던진다. 이 글에서는 유하 시인의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를 통해 시적 배경과 표현 기법을 중심으로 시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1. 왕재산의 무덤 같은 이미지와 소멸의 상징성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의 첫 연은 왕재산의 겨울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며 시작된다. "눈 내리는 왕재산의 풍경"은 시인의 고향을 배경으로 하여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구시포의 바다를 통째로 싣고 날아온 바람의 달구지"와 같은 표현은 자연의 거대한 힘과 변화무쌍함을 느끼게 하며, 이러한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왕재산은 마치 둥근 무덤처럼 묘사된다. 이러한 표현은 왕재산이 단순히 하나의 자연물이 아닌, 소멸과 죽음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공간임을 시사한다.

 

시인은 왕재산의 침묵을 "흙의 침묵"으로 표현하며, 그 속에 오랜 세월의 흔적과 죽음의 이미지를 담아낸다. "살아 묵묵했던 것들만, 이따금 메마른 솔방울처럼 툭 떨어져 내려 / 둥글게 낮아져 가는구나, 겨울 왕재산"이라는 구절은 왕재산의 쇠락해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자연의 무상함과 더불어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둥그런 무덤 같은 산을 이루었구나"라는 표현은 왕재산을 무덤으로 비유하여 그곳에 남아 있는 생명의 흔적과 소멸의 이미지를 동시에 나타낸다.

 

시적 화자는 왕재산의 모습에서 고향의 쇠락과 함께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드러낸다. 시인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유한성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고, 고향의 소멸을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강하게 전달한다. 왕재산의 무덤 같은 이미지는 결국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필연성을 상기시키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 고향에 대한 향수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

유하 시인은 고향 왕재산의 이미지를 통해 고향에 대한 향수와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담아낸다. 시인은 사투리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여 고향의 정취를 진하게 표현하며, "내 추억의 문풍지를 분패 따리는 바람의 돌바퀴"와 같은 구절에서는 고향의 풍경과 기억이 하나로 중첩되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시인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현재의 쇠락한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과거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드러낸다.

 

또한, "토해 놓는 뿌사리 울음, 내 눈은 어느새 하얗게 저물어"와 같은 표현에서는 고향의 현실이 세속적 욕망이 들끓는 도시 문명과 대비되며, 화자는 고향의 쇠락해 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현실의 물질적 욕망과 소멸해 가는 고향의 순수한 자연 사이의 충돌을 암시한다. 압구정동과 같은 도시의 욕망의 상징은 고향의 왕재산과 대비를 이루며, 도시 문명이 지닌 허망함과 공허함을 풍자적으로 비판한다.

 

시인은 고향 왕재산의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삶의 조화로운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현대 문명이 초래한 소멸과 단절의 문제를 지적한다. 고향의 쇠락은 단지 물리적 공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욕망과 갈등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인간과 자연,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운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3. 죽음과 소멸의 이미지로 그려낸 현실의 답답함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는 죽음과 소멸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의 답답함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라는 시적 장면을 통해 고향 왕재산을 찾은 화자가 느끼는 암담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고향은 더 이상 예전의 생기 있는 공간이 아닌, 죽음의 이미지로 덮여가는 황량한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시 속에서 "흙의 무덤 위로 까마득히 굴러, 달그락달그락"이라는 구절은 바람에 돌이 구르는 소리와 함께, 죽음의 이미지가 지배하는 공간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이슬 먹은 할아버지 수염에 파묻혀 자올던 눈에 젖은 수염, 흘린 술에 젖은 수염"과 같은 표현은 고향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한 장면일 뿐이다. 이처럼 고향의 풍경은 현재의 쇠락한 현실과 맞물려, 화자의 내면에 깊은 슬픔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시인은 고향의 쇠락을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현실의 무상함과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삶은 왜 이리 온통 눈앞을 가로막는 눈발의 숨가쁨인지"라는 구절은 고향의 소멸을 바라보며 느끼는 화자의 답답한 심정을 잘 나타낸다. 왕재산에 내리는 눈은 마치 현실의 무게와 고통을 상징하는 듯하다. 시인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운명적인 쇠락을 더욱 부각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결론

유하 시인의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는 고향 왕재산의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고향의 쇠락과 현대 문명의 허망함을 동시에 드러낸 서정시이다. 시인은 왕재산을 무덤 같은 이미지로 묘사하며, 자연의 소멸과 죽음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유한성과 현실의 허망함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와 함께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이 시는, 독자들에게 인간과 자연,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운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결국,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는 자연과 인간의 삶, 그리고 그 속에서 소멸해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유하 시인은 고향 왕재산의 겨울 풍경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물질적 욕망과 그로 인해 초래된 인간 내면의 공허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삶의 본질과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고향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하며, 현실의 문제를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