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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 – 쇠락해 가는 고향과 삶의 애잔함

by soulbooks 2024. 10. 3.

 

 

서론

유하 시인의 시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는 고향에 대한 깊은 향수와 함께 그 쇠락을 바라보는 애잔한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과 삶의 이미지가 결합된 상징적 표현을 통해 고향의 사라져 가는 모습을 그리며, 도시에서의 삶과 고향의 대비를 통해 개인의 정서적 갈등과 슬픔을 형상화한다. 눈 내리는 왕재산이라는 자연적 배경은 고요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죽음과 쇠락의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유하는 고향과의 감정적 거리와 그리움을 절제된 서정 속에서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그 감정을 깊이 공감하게 한다.

 

본론

1. 자연 이미지와 죽음의 상징성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에서 유하는 자연 이미지를 통해 죽음과 쇠락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시의 첫 부분에서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들만 여기 모여"라는 표현은 자연 속에서 결국 모든 것이 흙으로 돌아가는 운명을 암시한다. 이는 삶의 끝에서 죽음과 맞닿아 있는 순간을 상징하며, 왕재산의 풍경은 마치 거대한 무덤과 같은 공간으로 그려진다.

 

눈 내리는 왕재산의 풍경은 그 자체로도 고요하고 차가운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이 묘사하는 "둥그런 무덤 같은 산"은 마치 무덤의 고요한 침묵을 담고 있으며, 이는 고향이 점차 쇠락해가는 모습과 연결된다. 자연 속에서 칡들이 "저 혼자 깊어져"가는 모습은 인간의 삶이 점차 고립되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은 곧 죽음을 담은 공간이며, 시인은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의 필연성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솔가지를 껴안은 칡들"의 묘사는 자연의 깊은 침묵 속에서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며, 자연이 주는 슬픔과 허무함을 고조시킨다. 이처럼 시인은 왕재산이라는 자연적 배경을 통해 죽음과 쇠락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이를 통해 고향과 개인의 삶을 연결시키고 있다.

 

2. 고향에 대한 애정과 쇠락에 대한 슬픔

시의 중반부에서는 고향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과 그 쇠락을 바라보는 슬픔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눈 내리는 무덤가"는 단순한 자연적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고향이 점차 사라져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시인은 눈을 통해 고향이 죽음의 이미지로 덮여가는 모습을 그리며, 고향의 쇠락을 안타까워한다. "살아 있는 자의 몸속으로 날개를 접는다"는 구절은 마치 고향의 모든 생명이 사라지고, 남은 자들은 그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향의 쇠락은 "이슬 먹은 할아버지 수염에 파묻혀 자던" 과거의 추억과 대비되며, 그리움 속에서 그 추억들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모습이 드러난다. 과거의 생생했던 기억들은 이제 사라지고, 남아 있는 것은 고요한 무덤 같은 고향의 현재뿐이다. 시인은 이러한 감정적 대비를 통해 고향에 대한 애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그 속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굴뚝 연기에 눈이 닿아 녹아내림서"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는 고향의 쇠락한 모습은 고향이 더 이상 과거의 활기를 잃고, 점차 사라져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장면에서 눈과 굴뚝 연기가 결합된 이미지는 고향의 사라져 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고향이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는 고향에 대한 시인의 깊은 슬픔과 아쉬움을 잘 드러낸다.

 

3. 도시와 고향의 대조: 욕망과 소멸의 대비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에서 시인은 고향의 소멸과 도시의 욕망을 대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의 고향인 왕재산은 쇠락해가는 자연적 공간으로 그려지며, 시인은 그 공간 속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죽음의 이미지를 통해 고향의 소멸을 묘사한다. 반면, 현대의 도시 공간은 욕망으로 가득 찬 상반된 세계로 묘사되며, 이는 고향과 도시의 대조적 이미지를 강화한다.

 

"한 가마니 퍼붓는 눈송이"와 같은 장면에서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는 도시의 화려한 삶과는 대비되며, 고향의 자연스러운 소멸을 더욱 부각시킨다. 도시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욕망을 키우는 공간인 반면, 고향은 자연과 함께 사라져 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조는 시인이 고향과 도시에서 느끼는 감정적 갈등을 드러내며, 현대인의 삶 속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도시와 고향의 대조는 시인이 느끼는 현실적 괴리감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도시의 물질적 욕망은 고향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운 소멸과는 반대되는 이미지로 그려지며, 시인은 고향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시인은 고향의 쇠락 속에서 삶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느끼며, 그 안에서 인간의 존재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결론

유하의 <왕재산, 눈 내리는 무덤가에 앉아>는 고향의 쇠락과 삶의 허무함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시인은 고향의 자연적 이미지와 죽음의 상징을 결합하여, 사라져가는사라져 가는 고향을 애잔하게 바라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고향의 쇠락과 도시에 대한 대비는 시인의 내면적 갈등과 슬픔을 더욱 깊이 있게 형상화하며, 독자에게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애잔함을 전달한다. 이 시는 현대인에게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사라져 가는 고향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서정적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