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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거울> : 초현실주의로 그린 현대인의 자아 분열과 불안 심리

by soulbooks 2024. 9. 1.

 

이상 시인의 시 <거울>은 '거울'이라는 제재를 통해 현대인의 자아 분열을 심도 있게 탐구한 초현실주의 작품이다. 이 시는 현실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가 서로 갈등하며 소통이 단절된 모습을 그리며, 현대 사회에서 겪는 불안과 자의식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거울'은 시 전반에 걸쳐 그 의미가 변주되며, 단절과 연결이라는 상반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작품은 거울을 통해 자아를 비추고 성찰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현대인의 고독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본 분석에서는 <거울>에 나타난 다양한 문학적 기법과 그 의미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이를 통해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현대인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한다.

1. 자아의 분열과 단절: 거울 속의 자아와 현실의 자아

이상 시인의 <거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자아의 분열과 단절이다. 시에서 '거울 밖의 나'는 현실적 자아를, '거울 속의 나'는 내면적 자아를 상징한다. 두 자아는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며, 이로 인해 서로의 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묘사된다.

 

시의 첫 번째 연에서 '거울 속 세계'는 "조용한 세상"으로 묘사되며, 이는 소란한 현실과 대비된다. 이 조용한 세상은 외부 세계와는 단절된 자아의 내면세계를 상징하며, 화자의 내면적 자아가 현실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단절은 자아가 현실과 내면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거울 속 세계는 마치 무의식의 세계처럼 조용하고 고요하며, 현실적 자아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그려진다.

 

두 번째 연에서는 "내 말은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라는 표현을 통해, 두 자아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단절된 상태임을 나타낸다. 이때 '귀'는 소통의 수단이지만, 소통의 단절로 인해 두 자아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다. 이러한 소통 불능의 상태는 현대인이 겪는 자아의 분열과 혼란을 상징하며, 인간 내면의 깊은 불안을 드러낸다. 이는 곧 현대 사회에서 자아와 자아가 조화롭게 통합되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연에서는 현실적 자아가 내면적 자아에게 '악수'를 청하지만, 거울 속 자아는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악수를 할 수 없다고 표현된다. 여기서 '악수'는 화해와 통합의 시도를 상징하지만, 거울 속 자아의 왼손잡이 특성으로 인해 화해는 불가능해진다. 이는 거울의 모순적 속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거울은 모든 것을 반대로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시는 자아의 단절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에서 기인함을 암시하며, 두 자아의 화해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임을 드러낸다.

2. 거울의 이중성과 역설적 표현

<거울>에서 거울은 단순한 사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자아의 분열과 단절, 그리고 자기 성찰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시인은 거울의 이중성을 통해 자아의 모순적 상태를 강조하고, 현대인의 불안과 혼란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네 번째 연에서는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만은"과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라는 표현이 나타난다. 이 두 표현은 거울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거울은 자아를 비추어 주는 매개체이지만, 동시에 그 자아를 만질 수 없게 하는 단절의 장치이기도 하다. 즉, 거울은 자아를 만나게 해주는 동시에 단절시키는 모순적 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역설적 표현은 자아의 분열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하며, 화자가 느끼는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다섯 번째 연에서는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만은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구절은 자아의 분열이 심화되었음을 나타내며, 거울이 없더라도 거울 속의 자아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역설을 통해 부재와 실재의 모순을 강조한다. 이러한 표현은 화자가 자신의 분열된 자아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태를 잘 드러낸다. 이 구절은 자아의 분열이 물리적 현실을 넘어, 심리적 차원에서 더욱 깊이 뿌리박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섯 번째 연에서는 "거울 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만은 또 꽤 닮았소"라는 구절을 통해, 거울 속 자아와 현실 자아의 모순적 관계를 강조한다. '반대이면서도 닮았다'는 표현은 자아의 분열이 단순히 두 개의 자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반되면서도 유사한 측면을 가진 복합적인 상태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역설은 현대인의 복잡한 자아 정체성과 그로 인한 불안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3. 자아 분열의 심화와 현대인의 불안 심리

<거울>의 후반부에서는 자아 분열이 극한에 달한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화자는 끊임없이 분리된 자아를 하나로 합치고자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이 시의 후반부에서는 두 자아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거울 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만은 또 꽤 닮았소"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하며, 거울 속 자아와 현실 자아의 복잡한 관계를 암시한다. 이와 더불어,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라는 구절은 화자가 자신의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는 듯한 절망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표현은 자아 분열의 심화와 그로 인한 불안과 고뇌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현대인이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심리적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이 시는 현대인의 자아 분열과 그로 인한 갈등과 고통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끊임없이 내면의 자아와 소통하고 화해하려고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거울이라는 매개체에 의해 단절된다. 거울 속 자아와 현실 자아는 근본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화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고립과 자아 상실을 상징하며, 자아의 통합을 이루지 못한 채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결론

이상 시인의 <거울>은 자아 분열과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는 '거울'이라는 제재를 통해 자아의 분열과 갈등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개인의 고통과 혼란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거울은 자아를 비추는 동시에 단절시키는 모순적 매개체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갈등을 직면하게 된다. 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학적 기법—특히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는 자동 기술법과 역설적 표현—은 자아 분열의 복잡성과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데 기여한다. 이상 시인의 <거울>은 단순히 자아를 묘사하는 것을 넘어, 현대인의 내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탐구한 중요한 작품으로, 독자에게 자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며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