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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시인,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 자아의 분열과 시어의 한계

by soulbooks 2024. 9. 22.

서론

이승훈의 시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는 자아의 분열과 시어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한 독특한 작품이다. 시인은 시 속에서 자신의 두 자아를 마주하게 하고, 이들이 시어의 의미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형식은 시인이 자신의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자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며, 시어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시는 '이승훈 씨'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두 인물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시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결국 그 의미가 고정되지 않음을 드러내며, 현대 언어 철학적 관점에서 언어의 유동성과 그 한계를 탐구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가 어떻게 자아의 분열과 시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시의 주제와 문학적 기법을 중심으로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다.

 

1. 자아의 분열과 두 이승훈의 대립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두 명의 '이승훈'이 등장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이 시에서 두 인물은 각각 '바바리를 걸친 이승훈'과 '작업복을 입은 이승훈'으로 묘사되며, 이들은 서로 다른 자아를 상징한다. '바바리를 걸친 이승훈'은 외부 세계의 이승훈으로, 좀 더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자아를 나타내며, '작업복을 입은 이승훈'은 창작의 공간에 머물며 시를 쓰는 내면적 자아를 상징한다. 이 두 자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어의 의미를 해석하며, 시의 의미에 대한 논쟁을 벌인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히 개인적 의견 차이를 넘어서, 시어의 해석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차이를 보여준다. '바바리를 걸친 이승훈'은 "갈매기, 모래, 벽돌"이라는 시어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작업복을 입은 이승훈'은 이 시어들이 다의적이고, 고정된 의미가 없음을 강조한다. "갈매기는 강박관념이고 모래는 환상이고 벽돌은 꿈이지요"라는 해석과 "갈매기는 모래고 모래는 벽돌이고 벽돌이 갈매깁니다"라는 해석의 대립은 시어의 의미가 얼마나 유동적이고, 해석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분열된 자아는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시인이 마주하는 내적 갈등을 상징한다. 시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시인이 직면한 창작의 한계와 불안을 드러내며, 동시에 시어의 가능성과 다의성을 수용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반영한다. 이러한 자아의 대립은 시어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는 언어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2. 시어의 의미에 대한 논쟁과 언어의 한계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에서 두 이승훈의 논쟁은 시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려는 시도와 그 한계를 보여준다. 시의 중반부에서 두 이승훈은 '갈매기', '모래', '벽돌'이라는 시어의 의미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이 논쟁은 단순히 시어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넘어서, 시어가 지닌 상징성과 의미의 유동성에 대한 철학적 토론을 담고 있다.

 

'바바리를 걸친 이승훈'은 시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려고 하지만, '작업복을 입은 이승훈'은 이러한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반박한다. 그는 "바다는 갈매기가 아닙니다. 그건 모래가 벽돌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시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맥락에서 끊임없이 변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 대립은 시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해석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언어의 유동성을 강조한다.

이 시의 논쟁은 언어 철학적 관점에서 시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탐구하며, 시인이 자신의 언어와 의미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던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시어가 단순히 고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해석자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도구임을 시사한다. 이승훈은 이러한 논쟁을 통해 시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인 스스로도 자신의 시어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음을 인정한다.

 

3. 자아 성찰과 시적 창작에 대한 고뇌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는 시를 창작하는 시인의 내적 고뇌와 자아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두 이승훈의 논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바바리를 걸친 이승훈'은 결국 논쟁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는 시어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시도가 결국 무의미함을 깨달은 순간을 상징한다. 시인이 자신의 시어에 대한 확신을 잃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잃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시의 결말은 시어의 한계와 그로 인한 자의식의 불안을 드러낸다. 시인은 시어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려 하지만, 언어의 한계와 시어의 유동성 때문에 그 시도가 좌절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시인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고뇌와 불안,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자아 성찰을 잘 보여준다. '이승훈 씨'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진 두 자아의 분열과 대립은 시어가 지닌 무수한 가능성과 그에 따른 의미의 불확실성을 탐구하는 시인의 내면을 반영한다.

 

결국, 시인은 이러한 고뇌 속에서도 시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수용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이는 시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를 나타낸다. 시인은 언어와 의미의 유동성을 받아들이며, 시적 창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결론

이승훈의 시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는 자아의 분열과 시어의 한계에 대한 자의식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동일한 이름을 가진 두 자아의 대립을 통해 시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해석자에 따라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어의 의미에 대한 논쟁과 언어의 한계는 시적 창작 과정에서 시인이 마주하는 고뇌와 불안을 드러내며, 그 과정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시인의 태도를 반영한다.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는 언어의 불확실성과 다의성을 수용하며, 시어의 의미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제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