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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악의 <오랑캐꽃> - 민족의 슬픔과 저항을 담은 서정적 서사시

by soulbooks 2024. 9. 17.

 

서론

이용악의 시 <오랑캐꽃>은 우리 민족의 고난과 저항의 역사를 담아낸 서정적 서사시로, 이방인과의 오랜 싸움 속에서 겪어온 조상들의 슬픔과 비애를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시는 '오랑캐꽃'이라는 식물의 이름에서 유래한 역사를 설명하며 시작되는데, 이는 민족적 정체성과 그 안에 담긴 상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오랑캐와의 싸움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의 역사는 그 고통과 고난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시인은 이러한 아픔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 아픔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 글에서는 <오랑캐꽃>에서 사용된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중심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시가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와 감정적 울림을 탐구하고자 한다.

1.  오랑캐꽃의 역사적 상징성과 의인화 기법

<오랑캐꽃>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적 기법 중 하나는 오랑캐꽃이라는 식물에 부여된 역사적 상징성과 의인화이다. 오랑캐꽃은 여진족, 즉 오랑캐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조상들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객관적 상관물로 사용된다.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의 유래에서부터 시는 우리의 조상들이 오랑캐와의 싸움 속에서 살아왔고, 그들의 뒷모습이 오랑캐의 뒷머리와 같다는 점에서 '오랑캐꽃'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민족의 슬픔과 고난을 상징하는 존재로 오랑캐꽃을 의인화하여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오랑캐꽃의 의인화는 시의 감정적 깊이를 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이라는 구절은 오랑캐꽃이 그들과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름을 얻게 된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시인은 억울하고 비통한 우리 민족의 운명을 표현하며, 오랑캐꽃이 우리의 아픔과 연민의 대상이 되도록 만든다. 의인화를 통해 오랑캐꽃은 우리 민족과 동일시되며, 시적 화자가 느끼는 민족적 비애와 연민을 더욱 강조하게 된다.

2.  서사성과 서정성의 결합을 통한 비극적 현실의 형상화

<오랑캐꽃>은 서사성과 서정성을 결합하여 역사의 비극을 형상화한 시로, 객관적 서술과 화자의 주관적 감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시의 초반부는 오랑캐꽃의 어원을 설명하는 서사적 장면으로 시작된다.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라는 구절은 역사적 배경을 제시하며, 그 속에 담긴 민족의 고난을 드러낸다. 이러한 서사적 요소는 독자로 하여금 오랑캐꽃이 단순한 식물이 아님을 인식하게 하고, 역사 속에 얽힌 민족의 비극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의 중반부로 넘어가면, 고려 장군이 쳐들어와 오랑캐들이 쫓겨가고, 그들의 터전이 파괴되는 상황이 묘사된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는 구절은 당시의 혼란과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오랑캐들의 비참한 운명을 묘사한다. 여기서 시인은 "갔단다"라는 간접화법의 종결어미를 사용하여 객관적 서술을 유지하면서도, 시적 음악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서사적 접근은 독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며, 시의 사실적 배경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그러나 시는 단순한 서사에 그치지 않고, 서정적 요소를 결합하여 화자의 감정적 반응을 드러낸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게 /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이라는 구절을 통해 오랑캐꽃에 대한 화자의 연민과 슬픔을 드러낸다. 이 대목은 민족의 비극과 고난을 상징하는 오랑캐꽃에게 화자가 감정을 이입하며,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서사성과 서정성의 결합은 시의 정서적 깊이를 더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적 울림을 준다.

3. 시간의 흐름과 반복적 어구를 통한 운율감 형성

<오랑캐꽃>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시어와 반복적인 어구를 통해 시적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다. "세월이 덧없이 흘러 /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와 같은 구절은 반복되는 시어와 유사한 어구를 사용하여 시적 리듬을 만들어내며, 시간의 흐름을 강조한다. 이러한 반복적 표현은 마치 흘러가는 구름처럼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시어들은 시의 서사적 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라는 구절은 오랑캐들이 쫓겨난 이후 수백 년이 흘렀음을 나타내며, 그동안 우리 민족이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오랑캐꽃의 존재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역사의 산물임을 강조하며,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민족의 고통과 슬픔을 더욱 부각한다.

 

반복적인 어구 사용은 시의 음악성과 운율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화자의 내면적 고통과 비애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반복적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시의 정서를 더욱 깊이 있게 느끼도록 유도하며, 시의 감정적 울림을 한층 더 크게 만든다.

4.  간접화법과 객관적 서술을 통한 비극적 현실의 강조

이용악은 <오랑캐꽃>에서 간접화법을 사용하여 객관적인 서술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고구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와 같은 구절에서 '갔단다'라는 간접화법의 종결어미는 독자에게 직접적인 감정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시의 감정적 무게를 더 깊이 느끼게 만든다.

 

간접화법은 독자로 하여금 시적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민족의 비극을 단순히 개인적 감정의 표현으로 그치지 않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무게감을 부여한다. 이는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화자는 오랑캐꽃에게 "목놓아 울어나 보렴"이라고 말하며, 그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러한 객관적 서술은 시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보편성을 강화하며, 독자에게 더욱 강렬한 감정적 충격을 준다.

결론

이용악의 <오랑캐꽃>은 민족의 슬픔과 저항의 역사를 서정적 서사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오랑캐꽃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고난과 역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서사성과 서정성을 결합하여 민족적 비극을 형상화한다. 시간의 흐름과 반복적 어구, 간접화법의 사용 등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통해 시는 민족의 고통과 슬픔을 강렬하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과거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오랑캐꽃>은 단순한 비애의 표현을 넘어, 민족의 정체성과 저항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문학적 작품으로 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