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정록 시인의 시 <돌아서는 충청도>는 울릉도의 막걸리집에서 죽은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간의 그리움과 기다림의 서사를 토속적인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화자인 막걸리집 과부의 목소리를 빌려, 죽은 남편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과 사랑을 토속적인 사투리와 해학적인 표현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작품은 화자의 삶에 스며든 슬픔과 그리움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그녀의 일상 속에서 묻어나는 해학미를 통해 비극적인 상황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전달한다. <돌아서는 충청도>라는 제목은 죽은 남편을 기다리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과 그리움이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과 삶의 아이러니를 탐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시의 표현 기법과 상징적 의미를 중심으로, '돌아서는 충청도'의 서사적 구조와 주제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다.
본론
1. 죽은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의 삶과 그리움
이정록의 시 <돌아서는 충청도>는 죽은 남편을 기다리며 울릉도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는 한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시의 첫머리에서 "처음으로 차린 살림살이 울진에다 신접살림 차렸는다"는 구절은 화자가 결혼과 함께 시작된 새로운 삶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신혼 생활은 길지 않았다. "신혼 닷새 만에 배타고 나간 뒤 돌아오딜 않는 거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편은 어부로서 바다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화자는 남편을 잃고, 그를 찾기 위해 울릉도로 오게 된 것이다.
화자는 남편을 잃은 이후에도 그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며, 울릉도의 막걸리집에서 매일 남편과 닮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삼십 년, 남편 비스므르한 것들만 찾아오는 거여"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그녀는 남편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지만, 아무도 남편과 같은 진실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이는 그녀의 남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화자의 감정은 "그래도 드르륵! 저 문 열리는 소리가 그중 반가워"라는 구절에서 잘 나타난다. 막걸리집 문이 열릴 때마다 남편이 돌아온 것 같아 설렘과 기대를 느끼지만, 결국 그것은 허망한 기다림으로 남는다.
이 시에서 '돌아서는 충청도'라는 별명은 화자가 남편과 닮은 손님들을 보고 그들의 치근덕거림에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오로지 남편의 귀환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기다림은 단순한 기대를 넘어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희망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2. 토속적 언어와 해학적 표현을 통한 슬픔의 전환
이정록 시인은 이 시에서 충청도 사투리와 직설적인 표현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투리의 사용은 화자의 지역적 배경과 삶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감정에 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내 별명이 왜 돌아서는 충청도인 줄 알어?"와 같은 구절은 독자에게 마치 화자가 직접 말을 걸듯 친근하게 다가오며,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든다.
또한, 시에서는 화자의 진솔한 어투와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비극적 상황을 한층 더 심도 있게 묘사한다. "잔받어!! 첫 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와 같은 표현은 죽은 남편을 향한 화자의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이러한 해학은 화자가 처한 상황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그 슬픔을 더 깊이 느끼게 한다. 화자는 남편을 잃고도 일상 속에서 그리움을 품으며 살아가고, 이러한 삶의 애환을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는 남편을 닮은 사람에게 "그 끝자락에 꼭 너 닮은 놈 서 있응께"라며 건배를 권한다. 이는 남편을 닮은 손님에게 남편을 대하듯 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를 드러낸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마치 남편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미 남편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자조적 태도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시인은 화자의 감정의 이중성을 통해, 그리움과 슬픔의 복잡한 층위를 형상화하고 있다.
3. 진실한 사람에 대한 화자의 간절한 소망과 비극성
<돌아서는 충청도>는 화자가 남편에 대한 진실된 사랑과 기다림을 묘사하는 동시에, 그 기다림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비극성을 내포하고 있다. 화자는 남편을 진실한 사람으로 기억하며, 그를 대신할 수 있는 누구도 없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짝도 남편인 줄 알았다니"라는 구절은 화자가 남편을 닮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잠시나마 기대했지만, 결국 모두 실망으로 끝나고 마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진실한 사람에 대한 화자의 절박한 소망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 소망이 현실에서 충족될 수 없는 한계성을 암시한다.
화자는 울릉도라는 섬에서 매일 같이 남편을 기다리며, 그를 닮은 사람들을 만나도 결국 다시 돌아선다. "첫 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라는 구절에서 화자는 여전히 남편을 향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다림이 현실적으로는 허망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화자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상실감과 그리움이 얼마나 강한지를 드러낸다.
이 시의 화자는 결국 남편의 죽음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전히 그를 기다리는 비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죽은 자를 향한 애정이 시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정록 시인은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언어로 풀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그 감정의 복잡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결론
이정록 시인의 시 <돌아서는 충청도>는 울릉도의 막걸리집에서 죽은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깊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서사를 토속적인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슬픔과 그리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감정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돌아서는 충청도'라는 제목은 남편을 기다리는 화자의 고독한 삶과 끝나지 않는 기다림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삶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탐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서사적 묘사를 넘어서, 인간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과 비극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드는 중요한 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