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장만영 시인의 시 <향수>는 고향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과 현실의 고단함을 대조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고향을 잃고 그리워하는 화자의 간절한 소망과 그리움의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하고, 그리운 고향과 현실의 냉혹한 대비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향수>는 어린 시절의 포근한 고향을 그리워하며, 현실의 쓸쓸함과 고통 속에서 휴식을 갈망하는 화자의 감정을 담담한 어조로 표현한 시이다. 이 글에서는 <향수>에 나타난 다양한 시적 표현과 감각적 심상, 그리고 시의 전개 방식과 주제 의식을 중심으로 시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다.
1.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직설적 표현
<향수>의 화자는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담한 어조로 표현한다. 시의 첫 구절 "나는 바다로 가는 길로 걸어간다"는 화자가 고향으로 가는 길을 상상하며 걷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노오란 호박꽃이 많이 핀 돌담을 끼고 황혼이 있다"는 구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여기서 '노오란 호박꽃'과 '황혼'은 고향의 따뜻한 이미지를 상징하며, 화자가 기억 속에 간직한 고향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표현은 화자가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에서 화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고향에 가고 싶다. 고향의 숲이 언덕이, 들이, 시내가 그립다"는 구절은 화자가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은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또한, "어릴 적 기억이 파도처럼 달려든다"는 구절은 고향의 추억이 마치 파도처럼 갑작스럽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을 묘사하며, 화자의 감정이 얼마나 생생하고 깊은지를 강조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은 시의 후반부에서도 계속된다. "바다가 어머니라면 하고 나는 생각해 본다. 바다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구절은 고향을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곳으로 상징화하며, 화자가 그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드러낸다. 이러한 표현은 고향이 단순한 장소를 넘어, 화자에게 정신적 안식처이자 위안을 주는 존재임을 나타낸다.
2. 현실의 고통과 고향의 대비
<향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현실의 고통과 쓸쓸함을 강하게 대비시키며 주제 의식을 강화한다. 시에서 화자는 "바람이 생활처럼 차다. 몸에 스며든다"라는 구절을 통해 현실의 냉혹함을 묘사한다. 여기서 '차다'는 촉각적 심상을 통해 현실의 고통과 쓸쓸함을 강조하고, 고향의 따뜻한 이미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또한, "요새는 모든 것이 짙은 커피처럼 너무도 쓰다"라는 표현은 미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화자가 느끼는 현실의 고통스러운 맛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고향의 포근함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준다.
시의 또 다른 구절, "찢어진 추억의 천막을"은 시각적 심상을 통해 현실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화자의 절망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찢어진 추억의 천막'은 화자가 고향을 회상하면서도 그곳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시인은 시각, 촉각, 미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고향의 따뜻함과 대비되는 현실의 차갑고 결핍된 생활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고향의 포근함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실의 고통과 쓸쓸함을 받아들이고 있다. "수평선 아득히 아물거리는 은빛의 향수, 나 깁는다"라는 구절은 현실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화자의 슬픔과 그리움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은빛의 향수'는 고향에 대한 이상화된 이미지를 나타내며, 화자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기에, 화자는 계속해서 비애에 젖어 있다.
3. 감각적 심상의 활용과 시적 기법
장만영 시인은 <향수>에서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화자의 감정과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시각적 심상으로는 "노오란 호박꽃"과 "황혼"이 등장하며, 이는 고향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상징한다.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며, 화자의 추억 속에서 고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나타낸다. 또한, "찢어진 추억의 천막"과 같은 표현은 현실의 냉혹함과 화자가 겪는 결핍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촉각적 심상도 시 곳곳에서 발견된다. "바람이 생활처럼 차다"는 표현은 화자가 느끼는 현실의 차가움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몸에 스며든다"는 구절은 그 차가움이 얼마나 깊이 느껴지는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촉각적 이미지는 고향의 따뜻함과 대조되며, 현실의 고통을 더욱 부각시킨다. 미각적 심상인 "커피처럼 너무도 쓰다"는 화자가 느끼는 현실의 쓴맛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고향의 달콤한 추억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준다.
시에서 사용된 다양한 시적 기법 또한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인은 직유법을 사용하여 고향의 기억이 "파도처럼 달려든다"고 표현하고, 열거법을 통해 "숲이, 언덕이, 들이, 시내가 그립다"고 고백하며 화자의 그리움을 강조한다. 이러한 표현법은 화자의 감정을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독자가 그 감정에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도치법과 생략법을 사용해 시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가면서도, 시의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결론
장만영 시인의 시 <향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현실의 고통을 대조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적 울림을 준다. 시인은 다양한 감각적 심상과 시적 기법을 통해 화자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고향의 따뜻함과 현실의 차가움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이러한 대조는 화자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슬픔과 비애를 더욱 부각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 감정에 공감하게 만든다. <향수>는 단순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넘어, 그리운 곳에 돌아갈 수 없는 인간의 근본적인 비애와 상실감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독자에게 고향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소망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