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장석남의 <배를 밀며>: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시적 형상화

by soulbooks 2024. 8. 24.

 

 

서론

장석남 시인의 시 <배를 밀며>는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뭍에서 바다로 배를 밀어내는 행위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리며, 내면의 고통과 그리움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추상적 감정을 구체적인 행위로 전환해 독자가 그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글에서는 <배를 밀며>를 통해 이별의 과정을 탐구하며, 시에서 사용된 문학적 기법과 시적 정서를 분석해보겠다.

1. 이별의 상징, ‘배’를 통한 시적 형상화

장석남 시인은 중심소재인 ‘배’를 통해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배는 사전적 의미의 운송수단이 아니라, 시인의 감정이 투영된 존재로서 사랑하는 대상 혹은 사랑 그 자체를 의미한다. 즉, 배를 밀어내는 행위는 자신의 의지로 사랑을 떠나보내는 것을 상징하며, 이 과정을 통해 화자는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드러낸다.

 

첫 번째 연에서 시인은 배를 밀어내는 순간의 긴장감과 고통을 묘사한다. 배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화자는 몸과 마음 모두 힘겨움을 느낀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리고 그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배를 밀어내는 순간, 화자는 온몸이 추락할 것 같은 아픔을 겪지만, 동시에 사랑이 퇴색되지 않도록 그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둘째 연과 셋째 연에서는 배를 떠나보낸 후의 상처와 그리움이 드러난다.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는 이별의 상처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는 물 위에 자국이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자국은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이별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화자는 이별을 받아들이려 한다.

2. 영탄적 어조와 시상의 전환

<배를 밀며>는 담담한 어조로 시작하여 영탄적 어조로 변화하는데, 어조의 변화를 사용해 화자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시의 시작 부분에서 화자는 이별의 상황을 차분히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리움이 밀려오며 감정이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시상의 전환은 이별의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영탄법을 사용하여 이별 후 밀려오는 그리움을 표현한다.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라는 표현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에도 여전히 그리움이 마음속으로 밀려오는 상황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이는 이별이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화자의 마음을 괴롭히는 감정임을 나타낸다.

 

또한, 시상 전환은 이별의 복합적인 감정을 잘 드러낸다. 이별의 순간에는 슬픔과 고통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슬픔은 잊히게 될 것이라는 화자의 희망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잊히지 않는 그리움이 남아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시인은 이별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3.계절적 배경과 시각적 이미지의 활용

<배를 밀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계절적 배경과 시각적 이미지의 활용이다. 시인은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통해 이별의 쓸쓸함과 고독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가을은 흔히 만물의 끝자락, 수확 후의 빈 들판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이는 이별의 공허함과도 연결된다.

 

시의 중간 부분에서 등장하는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다’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이별의 상황을 더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희번덕이다’라는 표현은 물결이 빛에 번뜩이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이는 이별의 순간에 화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혼란스러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는 독자가 시인의 감정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라는 표현은 바다를 살아있는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이별로 인해 생긴 화자의 상처를 더욱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다에 남은 흉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의 아픔은 잊히지 않고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활유법을 사용한 이미지들은 시의 감정적 깊이를 더해주며, 독자가 이별의 아픔을 더욱 실감할 수 있도록 한다.

결론

장석남 시인의 <배를 밀며>는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배를 밀어내는 행위로 형상화한 시이다. 시인은 배를 통해 이별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담담한 어조에서 영탄적 어조로 변화하는 방식을 사용해 화자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또한, 계절적 배경과 시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이별의 쓸쓸함과 고독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이 시는 단순한 이별의 슬픔을 넘어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리움과 상처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시인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뛰어난 문학적 기법은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렇게 이별의 복잡한 감정을 시각적,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배를 밀며>는 사랑과 이별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있어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