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전봉건 시인은 1928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이다. 그의 시는 초현실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깊은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고, 고향과 전쟁의 상흔, 그리고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돌'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떠나온 곳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담고 있으며, 상징적인 시어와 이미지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글에서는 전봉건 시인의 시 '돌'을 중심으로, 시 속에서 나타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돌이라는 상징적 소재의 의미, 그리고 시인의 삶과 문학적 배경을 통해 시의 정서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다.
1.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상징적 표현
'돌'이라는 시는 화자가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으로서 느끼는 그리움을 매우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릅니다. 어머니의 품속을 모릅니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깊은 갈망을 드러낸다. 그는 고향을 떠나며 부모의 얼굴과 품속조차 잊어버린 채로 살아왔다. 이러한 상실감은 그가 다시 고향을 찾고자 하는 동기가 되며, 시에서 돌을 안고 그리움에 젖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시에서 '돌'은 고향을 떠나온 화자가 느끼는 그리움의 상징적 표현이다. 화자는 돌 하나를 품에 안고, 그 돌이 "모르는 아버지의 따뜻한 얼굴"과 "모르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표현은 돌이라는 차갑고 무거운 물체가 오히려 화자에게는 따뜻하고 포근한 고향의 이미지로 변환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고향에 대한 화자의 강한 그리움과 애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그리움이 심화되는 봄철의 계절적 배경과 맞물려 더욱 강렬한 감정을 자아낸다.
또한, 시 속에서 화자는 봄철에 길을 떠나 먼 나루를 건너 돌밭으로 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길을 떠나 / 먼 나루 건너 돌밭"이라는 구절은 고향으로의 여정을 상징하는 동시에, 화자의 내면에서의 고통과 그리움의 깊이를 표현한다. 봄철은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상징이지만, 화자에게는 그리움이 더욱 깊어지는 계절로 다가온다. 이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변함없이 찾아오는 그리움을 암시하며, 고향에 대한 영원한 애착을 드러낸다.
2. 돌의 상징적 의미와 전쟁의 상흔
시에서 '돌'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화자의 감정과 기억을 담고 있는 상징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한다. 돌은 화자에게 있어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자, 전쟁의 상흔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33년 전의 어느 날"이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했으며, 전쟁의 상흔이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경험은 돌이라는 상징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쟁의 상흔은 시 속에서 돌밭과 그 속의 돌들로 상징화된다. "불타는 나루터에는 헌 사과상자가 뒹굴어 있었고 / 그 속에는 울지도 못하는 내가 꾸겨져 있었습니다."라는 구절은 전쟁의 비극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서 돌을 안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행위는 화자가 전쟁과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돌밭에서 돌을 찾고 그 돌을 안는 행위는 존재의 확인이자, 상처의 치유를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