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정일근 시인의 <흑백사진-7월>은 유년 시절의 추억을 감각적으로 회상하며, 자연과 동화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산문시이다. 이 시는 화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한여름의 아름다운 추억을 흑백사진에 비유하며, 그리움과 향수를 담아낸다. 시인은 파란 하늘, 반짝이는 햇살, 냇가의 물결 등 자연의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해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흑백사진-7월>은 흘러간 시간 속에서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순수한 동심과 자연에 대한 감각적인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1.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유년 시절의 감각적 묘사
정일근의 <흑백사진-7월>은 다양한 감각적 표현을 통해 어린 시절의 한여름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시는 시각적, 촉각적, 청각적 심상을 통해 자연 속에서의 어린 시절을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내려와 어린 눈동자 속 터져나갈 듯 가득 차고"라는 구절은 하늘과 구름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 기억이 어린 시절의 시적 화자에게 얼마나 큰 인상을 남겼는지를 보여준다.
시 속에서 등장하는 ‘찬물’, ‘데워진’, ‘따뜻한’ 등의 촉각적 심상은 냇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어린 시절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전해준다. 이는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당시의 감각적 경험이 화자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노래", "풍금소리" 등의 청각적 심상은 그 시절의 소리를 떠올리게 하며, 화자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평화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강조한다.
이 시는 이러한 감각적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화자의 유년 시절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착한 노래들도 물고기들과 함께 큰 강으로 헤엄쳐 가버리면"이라는 구절은 청각을 시각적으로 전이시켜, 노래가 물고기처럼 강으로 흘러가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공감각적 표현은 자연 속에서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2. 산문시 형식 속에서 드러나는 운율감과 정서적 흐름
<흑백사진-7월>은 산문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다양한 음성상징어와 동요의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운율감을 살리고 있다. ‘차르르차르르’와 같은 음성상징어는 미루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표현하며, 시적 화자가 그 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감정까지도 함께 전달한다. 이 음성상징어는 시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시에서 인용된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라는 동요의 한 구절은 어린 시절의 감성을 되살리며, 그 시절의 순수함과 낭만적인 정서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구절은 단순한 동요 인용을 넘어서, 화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소리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시인은 산문시의 형식 속에서도 운율감을 잃지 않고, 독자에게 친숙하면서도 감성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시적 화자의 정서적 흐름은 이러한 운율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미루나무, 냇물,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시적 화자의 마음속에서 서로 얽히며, 그리움과 향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삐뚤삐뚤 헤엄쳐 달아나던 미루나무 한 그루"라는 구절에서는 미루나무가 시적 화자의 기억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 기억이 얼마나 생동감 있고 활기찬지 느끼게 한다. 이러한 묘사는 독자들에게도 동일한 정서적 흐름을 전달하며, 시에 몰입하게 만든다.
3. 의인화를 통한 자연과의 동화와 추억의 인격화
정일근의 <흑백사진-7월>은 다양한 대상을 의인화하여, 시적 화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자연과의 동화를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미루나무, 냇물, 7월이라는 시간까지도 의인화하여 대화체로 표현하며, 어린 시절 자연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미루나무야 달아나지 마 달아나지 마"라는 구절에서는 어린 시절 화자가 느꼈던 자연에 대한 친근함과 애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시에서 "7월은 더위를 잊은 채 깜박 잠이 들었다"라는 구절은 시간을 의인화하여, 시적 화자가 그 시간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드러낸다. 7월이 잠들었다는 표현은 한여름의 더위를 잊고 자연 속에서의 평화를 만끽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의인화는 시적 화자와 자연이 하나로 융합된 듯한 느낌을 주며, 자연 속에서의 동화된 모습을 더욱 강조한다.
또한, 시적 화자는 냇물에게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라고 묻고, 미루나무에게는 "달아나지 마"라고 말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인격화한다. 이는 화자가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한 기억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나타내며, 그 시절의 순수함과 동심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의인화 기법은 자연과의 교감을 넘어, 그 추억들이 여전히 화자의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상기시킨다.
결론
정일근 시인의 <흑백사진-7월>은 유년 시절의 추억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시는 다양한 감각적 표현을 통해 어린 시절의 한여름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산문시의 형식 속에서도 운율감과 정서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미루나무, 냇물, 그리고 7월이라는 시간을 의인화하여, 자연과의 동화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유년 시절의 순수함과 자연 속에서의 경험들이 시적 화자의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고, 그 시절의 감성에 다시금 몰입하게 된다. <흑백사진-7월>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연과 동심의 가치를 상기시키며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정일근 시인의 <흑백사진-7월>은 현대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자연과의 교감을 되새기게 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이 시는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있는 동심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재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