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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시인의 <동승>: 다문화 사회 속 우리의 시선

by soulbooks 2024. 8. 19.

서론

하종오 시인의 시 <동승>은 우리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차별적 시선과 그에 대한 성찰을 다룬 작품입니다. 국철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마주한 화자의 경험을 통해, 시인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다름을 이질감으로 받아들이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동승>을 통해 하종오 시인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문학적 기법들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일상의 풍경 속에서 드러난 차별적 시선

<동승>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차별적 시선과 편견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국철을 타고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아시안 남녀와 마주칩니다. 이들은 모자와 만년필을 사면서 서로 마주 보고 웃고 떠드는 평범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이들의 행동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관찰하면서도, 이질적인 존재로 느끼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화자는 아시안 남녀를 보며 ‘천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음을 자각합니다. 이 호기심은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무의식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규정짓는 화자의 내면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쉽게 다름을 차별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이 편견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시인은 이를 통해 독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특히 시에서 사용된 언어적 선택과 표현들은 화자의 내적 갈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화자는 그들에 대한 이질감이 자신의 무의식적인 편견임을 인지하게 되지만, 그러한 자각조차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화자가 느끼는 이질감을 더욱 심화시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적 갈등과 심리적 변화를 강조합니다.

2. 국철의 상징성과 일상의 보편성

‘국철’은 이 시에서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국철은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화자는 이 공간에서 아시안 남녀를 이질적으로 느끼며, 그들이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의 후반부에서 화자는 그들도 자신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국철이라는 상징적 공간은 이 시점에서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국철은 특히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경제적 여건과 사회적 위치를 암시하는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화자가 아시안 남녀를 이질적으로 느끼는 이유는 그들의 외모나 행동뿐만 아니라, 그들이 경제적 노동자로서 동일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무의식적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시의 후반부에서 이러한 국철의 상징성은 확대되며, 화자는 그들도 일자리로 돌아가는 중일 것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그들과 자신의 삶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국철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의 수단을 넘어서,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 상징적 공간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계층적 차이와 그로 인한 편견을 부각하며, 화자가 이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도 동일한 성찰을 촉구합니다. 국철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편견과 차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3. 시적 화자의 내적 변화와 성찰

시적 화자는 아시안 남녀를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관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는 화자가 그들과 같은 국철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는 진정한 동승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이 변화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차별적 시선을 반성하고, 다문화 사회에서 진정한 공존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화자가 창밖을 보며 느끼는 부끄러움은 그의 내면적 성찰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낯짝 부끄러웠다'는 표현은 그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근본적인 인식의 한계를 자각하는 데서 오는 깊은 자책감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이러한 성찰 과정을 통해, 화자가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고 더 넓은 이해와 공존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이 성찰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확장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적 화자는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시인의 의도는 단순히 차별적 시선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다문화 사회에서 진정한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4. 자연과의 대비를 통한 조화와 공존의 메시지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는 창밖의 자연을 보게 됩니다. '깃털 색깔이 다른 새 여러 마리'가 물결을 타는 장면은,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화자에게 자신의 부끄러움을 자각하게 하며, 다문화 사회에서의 공존과 화합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새들이 깃털 색깔에 상관없이 함께 어우러져 물결을 타는 장면은, 인간 사회에서의 다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인은 자연 속에서의 조화로운 모습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의 이상적인 공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적 화자가 느끼는 부끄러움과 대비되어, 인간 사회의 불완전함을 더욱 부각하고, 그로 인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환기시킵니다.

 

이러한 자연과의 대비는 시 전체의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다름을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보여주며, 인간 사회에서의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를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시적 화자의 성찰을 공감하게 되고,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5. '동승'의 진정한 의미와 다문화 사회에서의 공존

이 시의 제목인 ‘동승’은 단순히 같은 교통수단을 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시적 화자는 물리적으로는 아시안 남녀와 함께 국철을 타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그들과 동승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진정한 동승은 다문화 사회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종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우리가 다문화 사회에서 진정한 동승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동승'이라는 개념은 이 시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시적 화자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물리적으로 동승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들과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깨달음은 그저 개인적인 성찰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다문화 사회에서의 공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와 동승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시에서 하종오 시인이 강조하는 것은 다문화 사회에서의 공존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동승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며, 시인은 이 점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결론

하종오 시인의 <동승>은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차별적 시선과 편견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국철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다문화 사회에서의 공존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시적 화자는 처음에는 이질감을 느꼈지만, 점차 그들도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승'을 실현합니다. 이 시는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제시하며,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시는 우리에게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는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성찰이며, 하종오 시인의 <동승>은 이 성찰의 과정을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