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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사과를 먹으며> : 사과 한 알에 담긴 우주의 순환과 존재의 인식

by soulbooks 2024. 8. 17.

서론

일상의 작은 행위 속에서 우주의 원리와 생명의 순환을 깨닫는 것은 철학적 사색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함민복 시인의 시 <사과를 먹으며>는 사과를 먹는 행위라는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존재의 상호 연결성과 생명 순환의 원리를 성찰합니다. 이 시는 반복적 구조와 상징적 시어를 통해 우리에게 깊은 철학적 통찰을 제공하며, 우주적 관점에서 사과라는 작은 사물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함민복 시인의 <사과를 먹으며>에 담긴 철학적 사유를 분석하고, 시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문학적 기법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사과를 통해 본 우주의 순환과 연결

<사과를 먹으며>는 사과를 먹는 행위를 통해 존재의 상호 연결성을 탐구하는 시입니다. 시의 화자는 사과를 먹으면서, 그 사과를 만들어낸 모든 자연적, 인간적 요소들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 속에서 하나의 열거법을 통해 나열되며, 사과라는 존재가 단순히 한 알의 과일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보여줍니다.

 

시의 초반부에서 사과를 존재하게 한 자연 현상들이 나열됩니다. 햇살, 장맛비, 소슬바람, 눈송이와 같은 자연의 힘들이 사과를 키워내는 데 기여한 요소로 등장합니다. 이 자연적 요소들은 사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며, 사과가 자라기 위해 거친 시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벌레, 새소리, 잎새와 같은 자연물들은 사과가 열리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 존재들로서, 모든 자연적 요소들이 사과라는 존재를 가능하게 했음을 시사합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사과가 열리기까지의 인간적 노력들이 등장합니다. 사람의 땀방울, 식물학자의 지식, 딸이 바라보던 하늘은 사과가 열리기까지의 과정을 나타내며, 인간의 참여가 자연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과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협력하여 이루어낸 성과임을 강조합니다. 시는 이처럼 사과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으며, 각자의 역할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2. 생명 순환의 원리와 사과의 상징성

시의 중반부로 들어가면서 시인은 사과나무의 구성 요소들을 통해 생명 순환의 원리를 탐구합니다. 가지, 나이테, 뿌리, 씨앗, 흙과 같은 시어들은 사과나무를 구성하는 요소들로서, 이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며 생명의 순환을 이루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특히, 흙에서 시작된 생명이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모든 생명이 순환하는 자연의 법칙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시인은 사과를 먹는 행위를 통해 생명의 순환을 인식하게 되며, 이는 결국 "사과가 나를 먹는다"는 역설적 진술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반전은 시적 화자가 생명 순환의 원리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을 나타내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그 순환 속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사과를 먹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결국 우주를 먹는 것과 같다는 화자의 인식 확장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사물들이 사실은 우주적 질서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시의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지구의 중력"과 "우주"라는 시어들은 사과를 먹는 행위가 단순한 생리적 행동을 넘어, 거대한 우주적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시인은 사과를 통해 우리 삶의 근본적 원리를 깨닫게 하며, 모든 것이 흙에서 시작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 순환의 원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도 우주의 큰 흐름 속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3. 반복과 반전을 통한 철학적 사유

<사과를 먹으며>는 반복적 구조와 반전의 표현을 통해 시적 화자의 철학적 사유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시는 "사과를 먹는다"라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이 행위의 의미를 점진적으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은 사과를 먹는 단순한 행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지를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사과라는 사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특히,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과가 나를 먹는다"는 역설적인 진술은 시 전체의 주제를 한층 더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사과를 먹는 주체와 대상이 역전되는 이 표현은, 시적 화자가 생명 순환의 거대한 힘 앞에서 느끼는 겸허함과 경외심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반전은 사과를 먹는다는 일상적 행위가 단순히 인간의 주체적 행동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우리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시의 후반부에서 들여 쓰기를 활용한 시구 배치는 시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화자의 인식이 비약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과라는 작은 사물에서 출발한 사유가, 결국 우주적 차원에 이르러서는 "사과가 나를 먹는다"는 역설적 인식으로 귀결되는 과정은, 우리의 일상적 경험이 얼마나 깊이 있는 철학적 통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론: <사과를 먹으며>에 담긴 생명 순환의 철학적 통찰

함민복 시인의 <사과를 먹으며>는 사과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생명 순환의 원리와 존재의 상호 연결성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시입니다. 반복적 구조와 반전의 표현을 통해 시적 화자는 사과를 먹는 행위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사는 이 우주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즉, 시인은 사과를 먹는다는 일상적 행위에서 출발한 사유를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독자에게 생명 순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시는 단순한 시적 표현을 넘어, 일상 속에 숨겨진 깊은 철학적 통찰을 깨닫게 하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렇게 함민복 시인의 <사과를 먹으며>는 일상의 사소할 수 있는 경험 속에서 우주의 원리를 발견하는 인간의 철학적 탐구를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