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함형수의 시 <무서운 밤>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는 저항적 의지를 드러낸 작품이다. 이 시는 사나운 바람과 같은 외부적 폭압 속에서도 내면의 강한 의지와 순정을 지키려는 소년의 모습이 중심에 있다. 시인은 어두운 현실을 자연적 이미지와 결합하여 표현함으로써, 저항적 주체의 고통과 희망을 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억압적 현실과 개인의 저항 정신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고통과 고립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희망의 힘을 느낄 수 있다.
1. 바람과 눈보라: 현실의 폭압적 이미지
<무서운 밤>의 첫 부분에서 묘사되는 "사나운 몸부림치는 밤"과 "미친 듯 울부짖는 바람"은 외부 세계의 폭압적 현실을 상징한다. 이 바람은 화자의 내면을 위협하는 두려움과 고통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바람과 눈보라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일제의 강압적 통치나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사회적 억압을 은유한다. 이러한 폭력적인 외부 환경은 화자를 끊임없이 흔들어대며,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 시에서 바람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억압을 상징한다. 시인의 표현에서 "연약한 바람벽을 뒤흔들고"라는 구절은 외부의 힘이 얼마나 거세고 무서운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 바람은 마치 인간의 마음속 저항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힘처럼 묘사되며, 시 전체의 분위기를 어둡고 무겁게 만든다. 특히 "밤내 하늬바람은 연약한 바람벽을 뒤흔들고"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폭압적 이미지는 현실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통과 고립을 상징한다. 바람과 눈보라는 강한 외부 세력에 의해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을 나타내며,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구체화한다. 그러나 이 모든 위협 속에서도 화자는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로 남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저항의 불씨를 품고 있으며, 이 불씨는 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지속된다.
2. 저항과 희망의 상징: 순정의 등불과 눈빛
이 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는 "순정의 등불"이다.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끊임없이 위협받는 이 등불은 화자가 지키려는 내면의 순수한 의지와 저항 정신을 상징한다. 외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 등불은 "꺼질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빛나고 있다. 이는 화자의 저항 의지가 결코 흔들리지 않음을 나타내며, 현실 속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순정의 등불"은 단순한 불빛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내면의 불굴의 의지이자, 부정적 현실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존엄성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 등불을 통해 외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내적 힘을 강조한다. 또한 "붉은 순정"이라는 표현은 이 저항 의지가 단순한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순수한 가치와 희망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나타낸다.
화자의 눈빛 역시 저항의 또 다른 상징적 요소로 등장한다. "어두운 바깥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동자들"은 외부의 폭력적인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눈빛은 무서운 밤 속에서 화자의 강한 저항 의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며, 이는 독자에게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강한 의지를 전달한다.
3. 어둠 속에서의 고통과 저항의 내면적 다짐
이 시는 어둠과 폭풍 속에서 단순한 고통을 넘어, 화자가 저항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부의 어두운 현실이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상황 속에서 화자는 스스로 그 어둠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어두운 밤은 깊어도 깊어도"라는 표현은 현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고통 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내면적 힘을 다잡는다.
이 어둠은 단순한 물리적 밤을 넘어선다. 이는 억압과 고통이 가득한 현실을 상징하며, 그 속에서 인간은 쉽게 좌절할 수 있다. 그러나 화자는 "굳게 닫힌 창"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다잡으며, 외부 세계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맞서려는 강한 내면적 다짐을 표현한다. 이러한 결의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 개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며, 내면의 힘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또한 "굳게 굳게 닫힌 창"은 외부의 위협을 차단하는 상징으로 기능하며, 화자가 외부의 세력에 맞서 자신을 지키려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창을 닫는 행위는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는 곧 내면의 순수성과 저항 의지를 보존하기 위한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화자는 외부의 폭압 속에서도 자신의 내면적 힘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저항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론
함형수의 <무서운 밤>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외부의 폭압적 현실을 바람과 눈보라 같은 자연적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개인이 겪는 고통과 그에 맞서 싸우는 저항 의지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순정의 등불"과 "날카로운 눈동자"는 화자의 저항 의지를 상징하며, 외부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지켜내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무서운 밤>은 고통 속에서도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강인함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당시 시대적 현실을 반영한 강력한 저항 의식을 담고 있다.